9. 화, 너는 어디서 왔니?
feat,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좋아한다. 종교가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시작한 마음 수행 공부다. 두 아이를 키우며, 살림하면서, 회사 그리고 공부들 몸이 힘들다 보니 화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일찍부터 스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왔다. 무지를 깨우쳐 나를 온전히 지키고 싶어서.
화! 너는 어디서 왔니? 내 마음에서 왔지!
남편한테 섭섭하고 화가 나는 것들도, 결국 남편에 대한 나의 기대 때문이었다. 날 사랑한다면, 남편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지, 충분히 수락하리라 기대했던 내 마음 말이다. 아이들에게 화가 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말을 안 듣는다 하지만, 말의 기준은 누구의 기준인가? 엄마인 나의 기준이었다. 이렇게 행동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다. 등등 부모인 나의 바람에 못 미치는 아이들에게 화가 난 것이다. 아이들 때문이 아닌 것이다.
이걸 알면서도 잘 컨트롤이 안된다. 스님께서는 알아차리면 된다고 하시지만 화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원인이 스스로 납득이 안되면 화를 참는 것이지, 안 나는 게 아니었다. 그 중심에는 항상 나의 기준, 나의 바람, 나의 기대들이 있다.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지, 기본이 아닌지, 예의가 아닌지 하는 나의 잣대들이. 결국 모든 생각들은 내 마음에서 나오는 것. 밖에 있지 않았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안다 하더라도 행하는 것은 달랐다. 알면서도 화가 나기도 하고 곰곰이 마음을 들여다보는데도 안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신비체험 중이다. 반대로 연습을 해 보았다. 화날 때 알아차리기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마음을 먼저 살폈다. 평온함에서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 마음을 쳐다보았다. 화가 나나? 짜증이 나나? 이렇게. 마치 감정에 대한 보호막을 친 것과 같다. 신기하게도 화나 짜증이 살짝 올라오려다 지켜보는 마음의 시선에 바로 수그러든다. 신기하다.
그렇게 난 알아버렸다. 화라는 녀석이 부끄러움이 많은 녀석임을.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올라오지를 못한다. 혹여 잠깐 감정을 놓쳐 올라오더라도 알아채고 쳐다보면 다시 수그러들고 작아진다. 이렇게 부끄럼이 많은 녀석이었는지 진짜 몰랐다. 그렇게도 불덩이처럼 커져 내 가슴을 시꺼멓게 태우더니, 고작 이렇게 작은 불씨였는지 정말 몰랐다.
화에 대해 보호막을 쳐 보자. 일하거나 타인과 대화할 때 항상 내 감정을 깨운 상태를 유지해 보자. 화나 짜증이 올라올 때 한번 쳐다봐주자. 왜 올라오는 거야? 한번 물어봐 주자. 그럼 바로 다시 어디론가 숨어버릴 거다. 화는 소심한 부끄럼쟁이다.
안 되면 계속해보자. 하다 보면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나도 계속 정진하는 중이다. 내 맘대로 되지 않고, 내 맘 같지 않은 것이 세상 이치인데,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다만, 가슴을 불태워 버릴 화의 크기를 줄여나가는 연습이다. 불혹이 되어서야 알게 된 깨달음이다. 앞으로 더욱 수행 정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