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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Sep 23. 2023

나는 비겁한 쫄보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이들이 없는 저녁, 혼자 밥을 먹다 보게 된 유튜브.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부고 소식을 봤다. 차마 사람이 한 일이라 말하기 부끄러운 일들이 참으로 많았구나.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된 걸까? 가슴이 답답하다.


오늘 점심때 우연히 대화소재가 된 마음이 아픈 아이.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가 아내인 동료직원. 그의 아내도 병원에 다닌다고 했다. 그런 선생님이 많다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느 뉴스의 패널이 말했다.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그것을 정당히 보여줘야 한다고. 그 멘트가 지금 정부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들렸다.


뉴스를 보기 싫은 이유가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만,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참담한 일들이 일어나고, 가감 없이 보여주고 떠드는 모습이 불편하다. 보고 나면 이렇게 생각을 추스르고, 뭔가 정리를 해야만 하는 나의 마음이 버거워서다.


죄를 지은자들이 벌을 받지 않고 힘으로 누르고 거짓을 말하고, 그것들이 장기화되다 보니 소중한 우리의 가치들을 잊어가는 것 같다. 선과 악이란 단어조차 낯선 세상이 되어간다. 거짓이 진실이 되는 세상, 나를 지키려면 증거를 모아야 하고, 영상자료를 남겨야 하고... 무섭다.


나의 동료도 아내에게 말했다고 했다. 기록하라고. 매일 일기 쓰듯 기록하라고. 안쓰럽다. 아픈 그의 아내도, 아내를 지켜보는 그도.


도대체 언제까지 무개념 광대놀이를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얼마큼 망가져야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앞으로 나가려고 힘을 모으고 애써도 힘든 상황에 매일 과거일만 들추고 수사하는 이 검국을 어찌해야 할까?


지금 우리 모두가 '아이히만'이다.


(자신의 일만 근면성실하게 하고 있다. 자신만을 위해서. 이 일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하지도 않고. 생각의 무능도 죄라 했다. 지금의 검찰, 정치인, 경찰, 교육공무원 등 모두 다...)


나도 비겁한 쫄보다...


젊은 나이에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떠난 선생님들께 명복을 빈다. 미안한 마음이다.


학교에 오지 않으셨던 엄마 덕분에 차별받기도 했고, 때론 하늘과 같은 선생님을 만나 행복하기도 했던 나의 학창 시절. 선생님은 어려운 존재였는데, 엄마가 되어서도 여전히 선생님은 어려웠다. 혹시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까 조심스레 숨죽여 키웠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쩌다 사회가 이렇게 된 건지 정말 모르겠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고 산다. 우리가 우리를 생각할 때, 더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상이 될 텐데. 미래를 말하고 싶다. 멀리 바라보고 싶다.


오늘만 살건 아니지 않은가?


(유튜브, 괜히 봤어. 그냥 책이나 볼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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