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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Sep 18. 2023

앞집 아이

# 그리고 내 아이

퇴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앞집 아이를 만났다.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물었다.


나-아침에 막냇동생이 울더라. 엄마 찾으면서~

아이-네에.(게임 중)

나-정말 많이 컸다~ 지금 몇 학년이야?

아이-중학교 1학년이요.

나-와. 벌써?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11층에 도착해 내렸다.


나-잘 가~ 안녕.

아이-안녕히 가세요.


18년도에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 우리 층에 세 가구는 모두 자가였는데, 아직도 같은 이웃이 산다.(서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가 알게 됐다. ㅋㅋ) 덕분에 반갑고,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되었다. 특히나 앞집은 개구쟁이 초등학교 2,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들 둘을 둔 집이었는데, 어느 순간 셋째가 생기더니 벌써 걸어 다닌다. 얼마나 예쁘게 생겼는지.


앞집 아이들을 보다가 내 아이가 떠오른다.


앞집 큰 아들이 벌써 중학생이 되니, 나의 아들이 곧 성인이 되는 거다. 아직도 중학생 같은데... 나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앞집 셋째는 아장아장 걸어 다닌다. 인사도 잘하고, 낯도 안 가린다. 정말 예쁘다.


내 아이를 키울 땐 몰랐었다. 바빴고, 힘이 부쳤다. 그 예쁜 시기를 키우는데만 집중하느라 즐기지 못했다. 빨리 크기만을 바라느라, 이쁜 걸 몰랐다. 앞집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집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금 천천히 즐기면서 키울걸...



며칠 전, 버스 안에서 세 살 아이를 만났다. 귀엽다. 목소리도, 말투도, 행동도, 생김새도. 버스에서 내리려다, 높은 계단 앞에서 망설이는 아이를 엄마가 번쩍 안아서 급히 내린다. 버스에 내린 아이가 울기 시작한다. 뭐라고 종알거리며, 짜증 섞인 울음을 토해낸다. 추측건대, 혼자서 버스를 내리고 싶었는데 엄마가 내려주니 골이 난 것 같다.


조금만 기다려줄걸...


아들 녀석이 클 때, 실수하는 것을 기다려주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숙제도 도와주고, 만들기 하다 실수하면 엄마인 내가 다 고쳐서 바로 잡아주었다. 아들이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시간을 주지 못했다. 내가 하는 게 효율적이니까. 한 번에 끝낼 수 있어서, 내가 편하니까. 시간이 없었으니까. 엄마 편하려고 그렇게 키웠더랬다.


이제야, 고난이 반복될 때 인내할 줄 모르고, 쉽게 포기하는 아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들에게 참을성과 인내를 키울 시간을 주지 않았던 내가, 너무나도 후회된다. 버스에서 만난 그 아이가, 큰 계단을 혼자 내려갈 기회를 주면 좋지 않을까? 그런 사회였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다 엄마 때문이야. 미안해.



물론, 아들 녀석은 잘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잘해주지 못한 젊은 날의 아쉬움들이 떠오른다. 앞집의 이쁜 아들 삼 형제를 보면,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더 많이 사랑해 줄걸.

더 많이 기다려줄걸.

더 많이 같이해줄걸.


ㅋㅋ 껄껄껄 하고 있다.


지금을 즐기시길, 지금이 가장 예쁠 때다.

이 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만약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오래 눈 맞추고, 혼자 해낼 때까지 기다려줄 거다. 더 크게 응원하고, 더 많이 표현해 줄 거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멋지다고. 자랑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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