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대표작 3부작을 읽었다. 노벨문학상을 발표할 때마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이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유가 뭘까? 에 대한.
3부작을 덮고 나서, 그를 수식하는 살아있는 천재라는 표현이 공감되었다. 정말 새롭다.
인간 본연 날 것들인, 배고파. 졸려. 춥고, 힘들어.라는 단어가 반복되는데, 마치 시 같다. Poem. 소설인지, 시인지... 이게 뭐지? 싶다.
시공간이 혼재되고, 실체와 영혼이 함께 한다. 그런데 어색하지 않고 아름다우며 몽환적이다. 드러나는 사건은 단순하지만, 그 이면의 이야기를 수없이 상상하게 한다. 친절한 설명은 없지만, 단순한 사건이 그 배경이 되는 서사를 짐작하게 한다. 너무나 매력적이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3부작은 아슬레와 알리다의 이야기다.
1. 잠 못 드는 사람들
2. 올라브의 꿈
3. 해 질 무렵
1. 아슬레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17살 어린 청춘들은 함께 지낼 곳, 하룻밤이라도 묵을 곳을 찾아 헤맨다. 그러는 와중에 아슬레는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어린 알리다는 곧 출산이 임박에 있었다. 어느 노파 집에서 아이를 낳지만 그녀가 그 도시의 산파였다. 하지만 그녀는 사라졌다.
2. 새로운 곳으로 옮겨, 새로운 이름으로 사는 어린 부부. 아슬레는 알리다에게 줄 반지를 사기 위해 벼리빈에 오지만, 그의 살인이 들통나 목이 매달리게 된다. 알리다는 본능적으로 아슬레가 집이 나서는 순간 죽음을 예감하고 떠나지 말라고 하지만, 아슬레는 꼭 가야 한다고 떠난다. 운명처럼.
3. 알리다는 벼리빈에 아슬레를 찾아오지만, 그의 죽음을 듣게 되고, 고향 뒬리야로 돌아간다. 25살 많은 오슬레이크의 가정부로. 결국 그의 아내가 되어 딸아이를 더 낳지만, 아슬레를 따라 바다로 간다. 그리고 그와 하나가 된다.
어찌 보면 비루한 삶의 바닥을 보여주는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부족한 필력으로 줄거리가 날 것 그대로 서술되었지만, 직접 읽어보면 다를 거다. 각 내용이 얽혀있기 때문에, 짧게 서술하기 힘들다. 너무나 서정적이고, 단순하고 반복되는 어구가 시적인 감각을 느끼게 한다.
영혼까지 함께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아슬레와 알리다의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모든 게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굴러가는 듯한 등장인물들의 삶이 우리 인생과 오버랩된다.
읽는 내내, 굉장히 새롭고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다. 역시, 노벨문학상을 받는데 이유가 있다. 이 뭉클한 감정을 어떻게 활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완전히 새로운 장르다. 클래식하다.
북유럽 작가들은 뭔가 우리와 정서적으로 통하는 게 있다.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의 요나스 요나슨, 오베라는 남자의 프레드릭 베크만. 모두 북유럽 소설가들인데, 그들의 공동체적 정서나 단순한, 깔끔한 문장들이 우리의 정서와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나의 눈을 띄우는 멋진 소설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