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학교’에서...
아빠.
며칠 경주에 머물다 다시 엄마에게 왔어요.
이곳도 경주도, 아니 전국이 불볕더위예요. 날이 갈수록 기후위기의 한가운데 서있구나 싶어요.
경주에 있는 동안 교회 아이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어요. 며칠 ’생명 학교‘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어요. 아이들과 노래하고 밥을 지어먹고, 토론하고 영화 보고... 아이들은 교회에서 잠도 자고요.
화덕을 만들었어요. 연료를 쓰지 않고 흙과 돌, 나무로 한 끼를 해 먹었어요. 맨손으로 황토를 만지며 손끝에 남은 흙으로 돌 위에 ‘생명’이라는 글자를 새겼어요. 문득 아빠가 떠올랐어요. 아빠는 천국에 갔지만 우리 은유는 할아버지가 흙으로, 원래 자리로 돌아간 거라고 말했었지요.
사람도 식물도..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흙과 연결이 되나 봐요. 생명학교 내내 나는 맨발로 다녔어요.
더워서이기도 하지만 늘 맨발이 편한 나는 그냥 신발을 신기가 싫었어요. 발가락이 살아 숨 쉬고 춤추는 느낌이 좋아요.
무더운 날씨 속에도 아이들은 즐거워했어요.
늘 혼자 하던 몸 깨우기 동작도 아이들과 둘러앉아하니 또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신발을 벗고 앉기를 권했어요. 아이들이 교회를 집처럼 느껴졌으면 해요. 식구의 의미를 교회에서 배워가길 바라요. 그리고는 시골의 따스함을 함께 느끼며 하나님이 최후의 보루로 남겨둔 시골을 귀히 여기는 아이들이 되기를...
생명 학교에서 먹고 놀고 만들고 잠자며 땀내 풍기며 부대낀 그 며칠이, 머리로 아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아닌, 몸으로, 가슴으로 한가득 느낀 날이었길 바라요.
생명은 신기하고 놀라워요.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쉰다는 것 만으로 우리들이 무한히 연결된 것 같았어요.
둥글게 둘러앉은 우리 열둘이 예수의 열두 제자 같기도 했어요.
서로 조금 더 돌보고, 조금 더 사랑하며 살면 삶 자체가 생명학교가 되겠지요?
고마워요. 그냥 아빠가 떠난 후 나는 조금 더 ‘생명’을 가진 것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어요.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