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1)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떠오른 황금시대

by 정현

이스티클랄 거리를 걸었다. 담배 냄새가 코를 찌르던 그 거리. 이스탄불 탁심 광장. 나는 왜 이곳에 있을까?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갈라탑까지 걸었다.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는 각국의 청춘남녀들이 다 모인듯 했다. 빨간색 작은 트램엔 관광객들이 타고 있고 트램의 끝엔 개구쟁이 아이들이 곡예를 하듯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터키 아이스크림 아저씨의 묘기를 지켜보다 시선을 멀리 두니 모스크들이 보였다.거리를 걸으며 오래전 건축물들을 넌지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튀르키예 길거리 음식인 ‘미르예 돌마‘(Midye Dolma)가 곳곳에 보였다. 레몬과 홍합의 조합이라니. 홍합을 먹고 탈이 난 기억이 나 사 먹고 싶진 않았다.

길거리 음식 ‘미르예 돌마‘


다리가 아파올 때쯤 갈라탑이 보였다. 오래전 요새 역할을 했던 곳. 해가 져 조명이 켜진 그곳을 보고 있으니 경주의 첨성대가 떠올랐다. 어느 나라건 높은 곳에 대한 서사가 있나보다. 갈라탑을 지나 숙소로 가는 길에 한 여성이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 그리는 여인.

여전히 코끝엔 담배 냄새가 났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밤의 여인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살아 움직이는 그림. 왜그랬는지 순간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가 떠올랐다. 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파리, 영화 속 벨에포크 시대... 우린 왜 늘 과거를 그리워할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과거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 영화 속 아드리아나는 벨 에포크 시대가 완벽한 때였다 했다. 흔히 말하는 황금시대. 그때가 좋았다며 현실 도피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순간도 지나면 과거가 되는 법. 지금이 황금시대가 될 수 있다면...


여행지에서 걷다 보면 현재의 감각에 충실하게 된다. 아파오는 다리, 눈앞의 랜드마크, 쿰쿰한 담배냄새에 그만 ‘지금’이란 현실 앞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많은 풍경들이 있다. 이스탄불의 젊음의 거리에서는 화가 여인의 섬세한 손놀림이 마음에 남았다. 생동감 넘치는 그림 한편을 본 것이다. 늘 그림 같은 인생을 꿈꾸지만 인생은 그림 같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잘 그려보고픈 마음. 내가 바라는 황금시대를 그려보고픈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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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