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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돌 기자 Jun 13. 2022

야구장 직관 맥주의 맛

야구의 계절이다

스토브리그가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야구의 계절, 직관의 계절이 돌아왔다.

야구팬인데도 살면서 직관은 몇번 해보지 못했다. 다만 경기 결과를 꼬박꼬박 챙겨보고, 팀 성적이 괜찮은 시즌에는 늦게 퇴근하고 나서라도 야구를 틀어서 새벽까지 보는 열정 정도는 있다. 그러던 내가 재작년 쯤엔가 '후후, 우리팀 가을야구 갈거야'라고 생각하며 가을야구 때 입을 유니폼을 샀다가 2년 연속 입지 못하게 되면서 올해는 참지 못하고 그 포장지를 벗겨내 버렸다. 가을야구 장담도 못하는데, 직관이나 가자하고. 덕분에 신인왕 선수의 마킹도 새로 새기고 잠실과 수원으로 직관도 다녀오고 그랬다.

그리고 직관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술이다. 야구장에서 먹는 치맥만큼 맛있는 치맥이 없다. 선수들의 열정적인 경기력,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 그리고 따끈따끈 막 튀겨낸 치킨과 시원한 맥주. 이때 맥주는 묘하게 물처럼 잘 넘어간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군침이 돌 정도.


올해 KBO 주류 규정은 이렇다. 주류 및 캔, 병, 1L 초과 페트 음료 반입이 제한되고 소지품은 가방 1개와 쇼핑백류 1개로 제한된다. 그리고 경기장 내부에 과음을 하지 말라는 경고문도 부착돼 있다. 요즘은 '야구장 음주'치면 야구선수 음주운전 소식밖에 나오질 않는다...(ㅎㅎ) 사실 1990년대만 해도 관중석에서 선수석으로 소주병이 날아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그려지는 야구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하물며 1980년대에는 버스를 불태운 일도 있었는데...


수원 kt 구장에서 진미통닭과 바텀 업 비어 방식으로 따른 생맥주

여하튼 야구장에서 음주문화가 상당히 올라가면서 모두들 생맥 정도를 즐기게 됐다. 야구장 직관을 가면 생맥 줄이 항상 길다. 가격은 컵 기준 5000원 전후로 형성돼 있다. 1L 짜리 귀여운 페트 맥주들도 파는데, 역시 인기가 많다. 차갑지 않아서 얼음이랑 함께 구매한다. 예전에는 생맥주를 직접 따라주는 부스들 밖에 없었는데, 요새는 전용컵을 기계에 꽂으면 밑에서부터 맥주가 나오는 'bottom up beer(바텀 업 비어)'들이 왕왕 보인다. 이러면 거품이 거의 없이 따라줘서 좋다. 물론 가성비는 페트 맥주+얼음이 낫지만.

우려점이 있다면, 야구장은 미성년자가 쉽게 음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보니 주민등록증 검사는 뒤로 밀리기 일쑤고, 모두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20대초반과 미성년의 얼굴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뭐 맥주인데 어때'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음주 사각지대라고 생각했다.

노포 소주, 페스티벌 칵테일처럼 야구장 맥주도 공간과 술로 매력이 충분한 것 같다. 더 더워지기 전에 이번주엔 야구장으로 가보는 건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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