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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Feb 08. 2023

시은이랑 눈 맞춘 적 있어?

시은아, 시은아 (2)

'호명 반응', '자폐' 단어를 검색하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해, 내 친구의 고민 때문에 알아본 적은 있어도, 내 아이 때문에 검색하는 날이 올 줄 어떻게 알았을까. 자폐 스펙트럼의 발현 행동 중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호명 반응과 눈 맞춤, 감정의 상호작용 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최근 2주 정도 아이의 반응이 너무 낮아져 있었기에 나의 불안감은 극대화됐다. 그리고 신랑에게 그날 이야기했다.


“여보, 요즘 시은이랑 눈 맞춘 적 있어?”

“여보, 요즘 시은이가 자기 부름에 반응한 적 있어?”


중요한 이야기 할 것 있다고 분위기를 잡던 와이프의 입에서 나온 질문에 신랑도 무언가 감지했는지,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그 날 내가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간 뒤 신랑도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 본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퀭한 얼굴로 신랑이 그렇게 말했다. “시은이, 정말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막내의 육아는 나에게만 맡겨 놓았던 신랑이었다. 아 사춘기에 돌입한 둘째와 씻기고 재우는 것이 전부인 줄 아는 셋째 육아는 ‘본인에게 잘 맞지 않아’라며, 첫째 공부 봐주는 일에만 요즘 열심이었다. 사실 나도 그것만 해도 고마웠다. 그렇지만 부부가 그 문제로 진지하게 대화를 한 다음 날, 신랑이 퇴근하자마자 옷을 입은 채로 셋째 앞에서 열심히 아양을 떠는 것을 봤다. 아이의 작은 몸에 맞춰 납작하게 몸을 엎드린 신랑. 반질반질하게 닳은 양복바지와 휑한 뒤통수를 보니 나도 괜히 울컥했다. 아빠가 놀아주는 것이 반가웠는지 셋째가 여느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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