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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in Feb 25. 2024

다시 한번 새내기

주변 환경이 바뀐다는 건


미국 대학교에 입학한 지 2주가 지난 지금의 기분과 상황을 남겨보려고 한다. 현재 듣는 5개의 수업 중 온라인 수업을 제외한 3개의 수업에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다. 한국 유학생이 꽤 많은 학교인데 단 한 명도 없다니.. 사실 한 명쯤은 있길 원했는데 이렇게 되니 정말 외로웠다.


사실 2주 동안 학교 외에도 인생에 많은 변화가 닥치면서 심적으로 정말로 힘들었다. 디자인 관련 수업이라 그런지 매주 새로운 과제들이 주어지는데 그 과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차 완벽하게는 못 알아들어서 매일 자료를 읽어보고 또 읽어봐야 했고, 프린트, 도서실, 컴퓨터실, 서점 등 다양한 학교 시설을 이용해야 해서 수업 외의 시간에도 아주 바쁘게 움직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점점 지쳐갔고 너무 힘들었다. 내가 바쁘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보니 친구가 없는 것쯤이야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근데 원어민들 사이에서 제대로 겪어보니 나의 영어가 정말 부족했고 그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는 혼자 알아서 할 수 없었다. 친구가 없더라도 내가 혼자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나랑 같은 다른 나라 유학생 친구들이 있어 서로 조금의 도움을 주고 있고, 원어민 친구들에게도 질문하면 다들 친절하게 대답해 줬다.


나는 이렇게 힘듦이 몰려올 때면 정신을 붙잡는 게 정말 힘들다. 매일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큰 틀로 정리를 하는 편인데 집 밖을 나갈 때마다 새로운 일들이 나한테 벌어지면서 뇌 과부하가 왔다. 과부하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매일 생각하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은데, 난 더 이상 생각이라는 걸 할 수가 없었다.

학교 가는 길, 집 가는 길에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결국 과제를 하는 도중에 이 간단한 과제조차 어떻게 해결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혼자 쌓였던 게 터져버렸다. 그래서 과제를 하다가 엉엉 울었다. ‘지금 내가 뭐 하는 거지?’, ‘나 미국에서 살 수 있나?’, ‘한국 가고 싶다’ 이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너 여기서 이렇게 끝내버릴 사람이었니?’라는 질문과 함께 솔직히 내 깊은 속마음에선 ‘모든 것의 처음은 힘든 거잖아. 금방 적응하겠지. 다 관두고 싶을 만큼 힘든 건 아니잖아~ 조금만 버텨봐’라고 나 자신에게 매일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솔직히 못 알아들어서 그렇지, 매주 주어지는 과제도 하다 보면 재미있었고, 수업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실컷 울고 다시 마음을 다 잡았다. 이렇게 마음을 다 잡고서도 사실 계속 오락가락 하긴 했다.


이번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으면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특히 엄마 아빠의 지지를 받으니 마음이 정말 한결 나아졌다. 사실 부모님의 도움으로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 솔직히 어느 정도 심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 의지로 선택한 일이라면. 그래서 난 힘들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스트레스를 더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상황에서 얻은 조언들을 조합해 힘을 빼고 편안하게 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제는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새롭게 정신과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보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인스타를 교환한 친구들도 있고, 얼굴을 트고 인사를 하는 친구도 있으며, 내가 물어보기만 한다면 옆에서 친절하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내가 선택한 일인 만큼 내가 책임지고 나아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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