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덕질을 응원해!
“너는 뭐 좋아해?”
“나는….. 어….. 그러니까, 음…..”
어느 순간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지경에 다 달아 버렸다.
요즘은 무언가에 제대로 꽂힌 사람들을 보면 질투가 날만큼 부럽고 또 부럽다.
분명 나도 좋아하는 게 있었던 거 같은데 말이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좋아함의 정도에 대해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좋아한다라는 마음이 얼마나 커야, 좋아한다고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을지 저울질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은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은데, 감히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도 되는 건가?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 건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좋아한다는 건 그 크기가 어떻든 그냥 순수한 마음 자체인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온갖 책임과 자격을 논하며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다.
그렇게 질문의 꼬리를 물다 보면, 과연 나는 살면서 미치도록 좋아했던 사랑했던 대상이 있었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나 또한 작가처럼 좋아하는 배우, 가수가 있지만 티켓팅에 실패했다고 당장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울어 본 적은 없다. 사실 그 마음이 뭔지도 잘 모른다.
먹고살기 바빠서 내 취향을 몰라서,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겨 본 지 오래된 우리들에게 작가는 묻는다.
당신을 살게 했던, 살게 하는 사랑은 무엇이냐고.
어이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15년 만의 BTS덕질이 자신을 번아웃에서 구했다고 한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했던 자신의 모순을 알아준 유일한 사람들이었다고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저마다의 밧줄을 잡는다.
종교든, 여행이든, 반려동물이든.
그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작년 아이유 콘서트 티켓팅에 실패했던 남편은 올해는 꼭 티켓팅에 성공하겠다며, 유애나 6기에 가입했다. 심지어 내 이름으로도 가입을 했다.
(유애나는 아이유 팬클럽명이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유애나 6기 공식 굿즈가 도착했고 남편은 상기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단순히 SNS에 굿즈 인증샷을 올리는 것뿐인데, 뭔가 내가 젊어진 느낌이야!.’
최근에 글이 써지지 않는다며 본인에게 화가 난다던 남편은 온데간데없고, 그 작은 굿즈 하나에 그저 싱글벙글한 남편이 신기했다.
어제는 친구의 최애인 배우 김남길 팬콘서트를 다녀왔다. 정말 어렵게 구한 티켓인데 혼자가기는 싫다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팬 콘서트도 처음인데, 심지어 그 첫 경험이 남의 팬 콘서트라니. (인생,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멕시코부터 런던, 일본, 제주도까지
오직 배우 김남길 한 명을 만나러
기꺼이 시간을 내어 이곳으로 걸음 한 사람들.
그들의 마음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좋아하는 대상을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행복이 배가 된다는 것.
그들의 에너지에 기분 좋게 휩쓸려, 나 또한 그 분위기에 완전히 녹아들어 즐겼으니 말이다.
“다시 덕질할 힘이 생겼어!”
“오늘 제대로 충전했어!”
한 것 들떠 신나게 말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부디 아이유와 김남길이 오래오래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나에게는 큰 행복이니 말이다.
그리고 방금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아, 이것도 사랑이구나!
누군가의 덕질을 응원하는 게 나를 살게 하는 사랑이었다니. 기꺼이 당신의 행복에 나를 초대해 준 친구가 참 고마웠다.
그리고 나는 다짐한다.
너의 덕질을 나는 진심으로 응원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