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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복이 Jan 26. 2023

행운목에 꽃이 피었다.

우리집에도 행운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행운목에 꽃이 피었다.


7~10년마다 한 번씩 핀다는 행운목의 꽃은 피우기 어려운 만큼 피운 집안에 큰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설날을 맞이한 아침 행운목의 꽃을 발견하였으니 올해는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다.


더불어 행운목 바로 밑엔 3년 하고도 9개월을 맞이한 우리 집 반려토끼가 자리잡고 있으니, 욕심이겠지만 행운목의 꽃+묘년의 토끼=행운+행운, 1+1=2, 행운+행운=슈퍼행운 이 공식으로 말미암아 올해는 행운이 두배 그 이상이었으면 좋겠다.

▲우리집 행운목에 꽃이 피었다. 우리 집안에 행운이 가득하길
▲2023.01.31 만개한 행운목 꽃. 꽃향기가 온 방에 진동한다.


세잎클로버는 행복

네잎클로버는 행운



어렸을 적,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2~3학년 즈음)

네잎클로버라는 동요의 영향으로 한창 네잎클로버에 빠져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우거진 풀밭만 보면 네잎클로버가 있나 하고 힐끔거리며 흙은 헤짚었는데 모기만 잔뜩 물리고 별 소득은 없었다.


그리고 2년쯤 후인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아직까지도 네잎클로버를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남들과 달라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더해 소풍날마다 네잎클로버를 찾는 친구들에게 행운보단 행복이 좋은 거라며 세잎클로버의 소중함을 설파하고 다녔다.(반응이 꽤 좋았다. 친구들이 네잎클로버를 못 찾아서 그런지 나의 말을 듣고 세잎클로버로 만족했더랬다.)



안타깝지만 강산이 한번 하고도 반년이상 바뀐 현재까지도 내 손으로 네잎클로버를 찾을 순 없었다.


사실 찾으라면 찾을 수 있었겠지만 행운을 찾기에 나는 너무 바빴고 귀찮았다.

행운이라는 허상을 찾아 흙을 손에 묻혀가며 네잎클로버를 찾는 그 시간보다 낮잠을 자며 꿈꾸는 그 시간이 더 행복했다.



요즘은 10살이었던 나보다 더 절실히 행운을 바란다.



행복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기에 내 마음만 고쳐먹으면 얻을 수 있지만

행운은 내가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엄마의 문장이 살짝씩 어눌해졌어도 윷놀이에서 말을 어떻게 움직여하는지 헷갈려할 때도 답답한 나의 마음을 저 끝으로 잠시 접어 놓으면 행복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신약은 내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엄마 병을 늦출 순 있어도 고칠 순 없기 때문에

나는 요즘 들어 더 간절히 행운을 바란다.








어떤 신이든 좋으니

신이 나를 예뻐했으면 좋겠다.





▲아빠배 가족 윷놀이 대회(상금 10만 원, 2인팀전, 2판 내기)



설날


점심이 지난 시간,


전날 약속을 다녀온 오빠가 집에 들어오는 소리에 나는 부스스 잠에서 깨어나고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 우리 삼남매를 불러 부모님께 세배를 시킨다.


귀찮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얼른 눈곱을 떼고 마치 일찍 일어난 척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인 척하며

부모님께 세배를 한다.


"올해는 건강하고~셋 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계획 있는 한 해를 살아라~"하는 아빠의 말씀에

잠시 자퇴생이자(학교는 언젠가 다시 다닐 수 있으니까!) 잠시 백수(직업도 내가 살아있는 한 언젠간 가질 수 있으니까!!)인 나는 마치 아버지가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 몹시 찔렸지만 이내 '삼모작 중 이모작이 성공을 앞두고 있으면 평타이상은 치는 거 아니겠어? 애가 셋인데 한 명은 좀 느려도 되지!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세뱃돈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세배타임 후 아빠배 윷놀이 2:2 팀전이 이어졌다.


아빠는 심판

상금은 10만원

엄마, 나, 오빠, 동생 둘씩 팀을 이뤄 윷놀이를 시작했다.


첫 번째 팀은 엄마랑 동생, 나랑 오빠가 같은 팀이 되었다.


엄마는 전설의 윷잡이로 작년 추석 윷윷윷윷모(aka사윷일모)를 던졌던 전적이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전의 상실


아니나 다를까 이길 듯하다가 결국 졌다.

말이 예티면 한상 진다(네모난 것에 뿔하나 달려있는 애)



엄마는 어찌 그리 적재적소에 윷을 잘 던지는지 신기했다.




두 번째 판은 팀을 바꿔서 엄마랑 오빠가 한 팀, 나랑 동생이랑 한 팀


엄마가 장기말을 헷갈려하셔서 다오말을 빨간 장기말로 바꿨다.

▲두 번째 판은 꼭 이기리라


이번판도 못 이기면 작년 추석과 더불어 4판 4패를 기록한다..


그것은 너무나도 자존심 상하는 일

남들한테는 져도 가까이 있는 형제한테는 지고 싶지 않은 게 인간의 심리



결국 열과 성을 다해 결국 한판 이겼다.



스코어 동생:2, 엄마:1, 나:1, 오빠:0


1등:5만원

2등:2만원

3등:1만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금 배분이었다.



올해도 역시 전설의 윷잡이인 엄마는 그 명성에 걸맞게 쌍윷을 던지시곤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기쁨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양쪽으로 까딱거리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상금보다도 온몸으로 웃는 엄마를 보며

'그래, 이 맛에 윷놀이하지'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자신의 차례가 언제인지 헷갈려했고 말을 어떻게 둬야 유리한지 잘 판단하지 못했지만

정말 즐거워하셨다.

삼남매 다 너무 즐거웠다.

중간에 애매한 윷에 대한 심판을 하러 온 아빠의 판정까지도 너무 즐거웠다.




내년에도 또 같이 윷놀이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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