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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도담이 Oct 13. 2022

다른 환경, 다른 모습 그리고 다른 이야기

캐나다 시골마을의 공립학교 오픈하우스

캐나다 학교들은 9월에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교 일정도 2022-2023 이런 식으로 안내된다. 덕분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학교에서 보내주는 안내 이메일에 ‘new school  year’라는 단어가 보일 때마다 어색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느낌상 봄 학기가 시작인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가을학기가 새 학년의 시작이라니.

  정확히 왜 그런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겨울방학이 2주 정도로 짧은 반면, 여름 방학은 거의 석 달 정도로 긴 것을 보면, 혹독한 추위의 겨울에는 어차피 활동이 어려우니 ‘여름을 확실히 즐기시라!’ 뭐 이런 의미가 아닐는지.



  

  아무튼. 새 학기가 시작되면 10월 초순쯤 학교들은 오픈하우스를 한다. 평소에는 학부모나 보호자는 반드시 오피스를 거쳐 용건을 해결해야 하고, 학교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데 이 날 방과 후에 정해진 두어 시간 동안은 자유롭게 학교 안을 돌아볼 수 있다. 그나마도 코로나 상황에서는 전면 취소였는데, 이제는 마스크도 없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되었다.


  부담 없이 ‘구경하는’ 마음으로 들어간 학교는 내가 생각하던 한국의 학교 모습과는 조금 달라서 이질적으로 보였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1960년대에 개교해서 최소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 분위기는 한국의 그것과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우선, 교실 사물함 대신 학교 복도에 죽~늘어선 캐비닛들은 뭔가 미드에서 보던 그런 분위기가 났다. 게다가 복도 곳곳에 그려진 아이들의 그림들은 아예 벽에 대고 그려서 한국의 복도에 익숙한 나에게는 퍽 신선하게 다가왔다. ​

  또, 아이들이 해당 수업마다 교실을 이동하는 고등학교는 각 과목별 선생님들의 개성이 교실마다 드러나서 같은 학교지만 각 과목별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장소에서 공부하는 기분일 것 같았고, 익숙한 복도형 구조가 아니라서 개미굴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함도 느껴져 특이했다. 중학교도 학생들이 이동하는 수업이 많기 때문인지 교실은 뭔가 한국의 그것과는 분위기가 다르게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한국과 캐나다, 혹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비교하며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재미가 생각보다 꽤 쏠쏠했다.

개방감이 느껴지는 학교 모습들.


  학교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서 문득,

 ‘호주, 한국, 캐나다 삼국을 거치며 다른 나라, 다른 언어, 다른 환경, 다른 교육방식을 접하고 자란 나의 두 아이는 어떤 미래와 꿈을 꾸고 있을까? 만약, 한국에서 계속 자랐다면 지금과는 어떻게 달랐을까?’하는 등의 의문이 들었다.

  물론, 이런 궁금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지만, 늘 그렇듯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저 큰 욕심 없이, 오로지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우리가 했던 선택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경험들이 부디 우리 아이들의 삶에 자양분이 되길 바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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