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골마을에서의 ‘월동준비’
올해는 조금 늦어진 캐나다 시골마을 포센존(Fort. St. John) 첫눈.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내린 올해의 첫눈은 아직은 내가 좋아하는 보송보송한 눈이 아닌, 습기를 많이 머금은 눈이지만 제법 눈송이가 소담하게 내려 볼 만했다. (‘보송보송한 눈’은 영하 20도 이하가 되면 주로 내린다. 눈에도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여기 와서야 처음 알았다.^^;)
처음 이곳에 와서 마주했던 첫눈은 9월이었다.
새삼 떠올려보면 아직은 초록빛이던 잔디밭에 하얀 눈이 쌓이던 풍경이 사뭇 낯설었고, 신기했던 것도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니었던 모습에 마구 사진을 찍었더랬다.
그렇지만 눈과 겨울의 이 캐나다 시골 마을에서 서너 번의 겨울을 보낸 지금은 ‘눈’이란, 당연히 쌓이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으니 역시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구나 싶다.
그리고 동시에, ‘이제는 아는’, 곧 맞이하게 될 혹한의 날씨에 긴장이 되려고 한다. 아, 추위가, 몰려온다.
한국에서 월동준비란, 우선 어른들은 ‘김장’이라던가, ‘난방’ 등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곳 캐나다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우선, 김치를 먹지 않으니 당연히 김장은 없지만, 다른 의미로 각종 잼 류 같은 저장 식품을 많이 만들어 저장해 둔다. 마트마다 쌓이는 다양한 잼 만드는 용품(?) 같은 것들이 제법 이색적이다.
또, 워낙 눈이 많은 지역이라 골(?)이 깊게 파여있는 스노타이어 교체가 법으로 정해져 있을 만큼 필수이고, 각종 집 앞의 눈을 치우는 일종의 넓은 삽이나 염화나트륨, 혹은 ‘snow blower’라고 불리는 눈 치우는 기계들도 미리 정비해 둔다.
그리고, 영하 30~40도를 넘나드는 매서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서는 스키장에서나 볼 것 같은 두터운 점퍼나 방한화, 두꺼운 털모자, 장갑 등을 겨울 내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큼, 그런 준비도 이루어진다.
타이어도 스노타이어로 교체해야 하고, 바깥에 내어 둔 식물들의 월동도 준비해야겠고, 작년보다 커버린 아이들 겨울 옷이며 신발들 점검도 해야 하는데, 이제 영하권으로 뚝 떨어져 버린 기온이 자꾸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럼에도.
눈에 담기에 부족하지 않은 캐나다 시골의 설경을 가득 담아 마음을 부풀리고, 용기(?)를 내어 기지개 켜고 심기일전해야겠다.
삶이 늘 그랬듯이, 내가 바지런히 움직여야 조금은 더 무탈하게, 조용히 흘러가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