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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도담이 Nov 26. 2022

겨울의 쓸쓸함을 설레임으로 채우다.

캐나다의 긴긴 겨울을 즐겁게 맞이하는 법.


  캐나다 BC주 북부 시골의 겨울은 길다.


  다행히? 아직까지 폭설 수준의 눈도 오지 않았고, 기온도 예년에 비해 높아서 오늘은 무려 영상의 기온이다.  이곳 캐나다 BC주 포센 존에서 믿기 힘든

11월의 기온이다. 눈이 이미 무릎까지는 쌓여있을 시기인데.


믿기 힘든 오늘 날씨.(확실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분명하다. 흠.)



 아무튼.

  여름날의 즐거움도 가고, 10월 말 핼러윈도 지나가고. 이제 길고 지루한  겨울의 ‘위로’로  ‘크리스마스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슬슬 가족과 친구 등등을 위해 선물들을 마련하고, 집집이 현관 밖에 크리스마스 전구를 달고 장식을 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11월 초부터는 주말이 지나면 조금씩 늘어가는 장식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모든 집이 집 꾸미기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집들이 번쩍번쩍 화려해진다.  12월의 저녁에는 시간을 내어 일부러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며 감상하는 것이 나에겐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을 정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종류가 다양하고 화려하게 장식된 집은 많은 경우가 노년의 어른들이 계신 집이라는 거다. 한 해 한 해 조금씩 마음으로 모아 쌓여온 것들로 정성을 들여 장식된 모습을 보면 좀 더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여러 해 동안 모아진 크리스마스의 기억들을 살짝 엿보는 마음이랄까?

  원래 종교적 의미 가득한 날이지만, 이 외진 캐나다 마을에서는 ‘새로울 것 별로 없는’ 반복되는 일상에 반짝이는 색을 더해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이유도 되어 준다. 마치 소풍 가기 전 날의 설렘과 같은 달큼한 기분을 두 달 동안 가지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크리스마스.

각양각색의 크리스마스 장식들.


  잘은 모르지만, 같은 뿌리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호주에서 살 때에는 이런 분위기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을 보면, 확실히 날씨와 지역색이 담겨있는 문화 같다. 남반구인 호주는 12월이 한여름이지만, 북반구인 이곳은 길고, 춥고, 눈이 쌓여 이동도 불편한 겨울. 게다가 해가 짧아 12월에는 맑은 날에도 아침 10시까지 어둡고 낮 4시면 다시 어두컴컴해져서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이런 환경이라면, 무엇인가 힐링이 필요하기 마련이니까. (그도 그럴 것이, 남반구의 뜨거운 여름과 크리스마스는 애초에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긴 하다. ^^;; )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나 역시도 이전에는 크게 의미두지 않았던 크리스마스를 여기, 캐나다에 와서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거 같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전구를 사서 달고, 트리도 만들고, 아기자기한 소품도 마련해서 집 한 켠에 둔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예뻐서’였지만,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불빛 가운데 조용히 앉아있으면 은근히 마음을 채워주는 즐거움을 알아버려 매년 연례행사처럼 소소하게나마 기분을 내어 본다.


 일상의 잡다한 걱정과 심란함은 잠시 매너모드로 접어두고.

  일단은 ‘빛 멍’으로 힐링타임.

소소하지만 확실한 나의 행복타임이다.

보기만해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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