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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해리 Aug 11. 2023

24시 무인 라면가게 혼밥 도전, 집 밖은 맛있어

고독한 미식가와 혼밥러 퓨전, 난생처음 24시 무인 라면가게 이용 후기

✓ 브런치 매거진 : 고독한 미식가 가성비 1인 혼밥러


본 매거진은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친구처럼) 가성비 좋은 혼밥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자 만들었습니다. 북적이는 번화가, 2인이상 테이블로 가득 찬 음식점에서 '혼자' 밥을 먹기 어렵게 느껴지신 적 없으신가요? 1인 혼밥러 나만의 식사시간이 이미 시작되었는데, 지도앱을 켜놓고, 또는 인터넷에서 주변 '맛집추천' 검색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계시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이럴 때 '음식 키워드' 하나라도 주어지면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먹을지 정해지면 근처 음식점만 찾으면 되니까요. 일정이 없는 날에는 거의 혼밥을 하는 저 역시, 저만의 혼밥 종류 리스트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편이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높은 물가 대비, 가성비 좋은 '혼밥' 종류를 아시는 분들이 계시면 매거진 참여 언제든 환영합니다. 


23.08.11 : 오늘은 첫 번째 글이어서 좀 길었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편하게 짧게, 짧은 글을 남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야, 너 검정 계열 옷을 입고 아무런 표정도 안 짓고 있으면 고독한 미식가 같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하지만 몰랐던 것이다. 그때 우연히 들은 그 말이 이번 모험의 시작이 될 줄은.


똑같은 라면인데, 집에서 먹는 라면과 한강에서 먹는 라면은 왜 다르다고 하는 걸까요?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야, 그게 뭐가 궁금해?! 맛있으면 장땡이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특히 더욱 궁금했습니다. 왜냐면 한강에서 라면을 먹은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강 매점(편의점)을 이용한 경험들은 꽤 있는데, 거기서 희한하게 라면을 먹은 적 없습니다. 다른 것을 먹고는 했는데 왜 그 자리에 라면만 없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식품이죠. 출출할 때 먹어도 맛있는 라면. 스트레스 생겼을 때 먹어도 질리지 않는 라면. 게다가 바쁠 때에는 이만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훌륭한(?) 끼니도 없습니다. 타지에서 입맛이 없을 때도 현지음식의 대안으로도 좋은 라면. 저는 라면을 참 좋아합니다. 


참 먹고살자고 하는 것인데 먹는 게 또 뭐라고.  지갑 사정이 훌렁할 때, 그래서 자체적으로 긴축 경영을 나설 때 역시 '텅장' 대비 서운한 마음이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음식 라면은 사랑입니다.


그런 저에게 눈에 띄었던 매장이 있었습니다. 바로 24시 무인 라면가게 입니다. 지나는 길에 보이면 호기심에 기웃기웃거리기를 1년. 사실 24시 무인 라면가게를 들를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는데, 특유의 성격 탓인지 매장에 발을 들여놓기 어려웠습니다. 항상 이랬죠. '아, 좀만 참으면 집에 가니까 집에 가서 밥 먹자. 밥' 


라면이란 간식 겸 식사이지만, 간식 쪽에 더 가깝다고 여겨서 그랬을까요? 먹으면 먹을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24시 무인 라면가게를 몇 차례 지나쳤습니다.

호기심만 잔뜩 만들고 호기심 해결은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이렇게 미루곤 했죠.


그런데 미루기를 깨게 된 사건이 있었어요. 때는 이번 여름의 어느 날이었어요. 그날 역시 평소처럼 열심히 일에 몰입하다가 '인간은 식사를 해야 한다' 개념을 잊어버렸습니다. 단식의 대가로 그날의 일이 일찍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미치도록 배고프기 시작한 거예요. 이미 식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고 그렇다고 3시간 뒤 저녁식사까지는 못 참겠고. 무언가를 먹자니 저녁을 제대로 못 먹을 것 같고. 


잠깐 삼천포로 세자면.. 이런 문제는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시작되었어요.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는 암묵적으로 정해진 식사시간이 있어서 배꼽시계가 그 시간에 맞추어져 있었는데요. 퇴사하고 사업을 하면서 그때랑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다는 거예요. 업무 관련 종사자분들을 만나면 모르겠는데,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어차피 나 혼자 먹는 밥인데 거하게 1인 식대에 돈을 쓰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기도 하거든요. 구내식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식당은 혼밥을 해도 편하게 먹고 나오지만, 아닌 곳도 많고 말이죠. '혼밥 불가' '1인 식사 불가' 이런 팻말이 있는 것도 아닌 데, (우연히 다른 사람들이 많이 식사하는 시간까지 겹치면 혼밥 하는 처지에 한 테이블'씩'이나 차지하고 있으니, 식당 사장님께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여러모로 참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실정에서 마침 생각난 곳이 있었어요. 바로 24시 무인 라면가게!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간식(?) 정도 라면을 먹으면 저녁식사까지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마침 근처에 24시 무인 라면가게가 있더라고요. 

 

일단 매장 앞까지 가서 매장 안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는 거예요. 

식사시간도 지났겠다!? 나 혼자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냉큼 들어갔어요. 


크게 4개의 구역으로 나뉘는 것 같았는데, 식품 및 재료 (아이스크림, 라면, 떡볶이 등) 코너 / 식사할 수 있는 구역 / 셀프 조리할 수 있는 곳 / 셀프 계산대 정도 있었습니다. 


일단 라면을 먹으러 간 것이기 때문에 라면을 둘러보는 데, '이곳이 정녕 천국인가?' 싶더라고요. 라면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고 토핑 재료도 원하는 대로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과 신라면은 자주 먹으니까 이 날은 오랜만에 열라면을 선택했습니다.


잠깐 (다른 가게는 가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대략 순서는 이렇습니다.


1. 먹을 것들을 고른다.

2. 셀프 계산대에서 계산한다.

3. 조리해서 먹는다.


간단하죠? 저는 열라면, 냉동만두 각 한 개씩 골랐습니다. 얼른 계산하고 라면조리 머신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 진짜 그날 하나의 로망이 생겼습니다. (관리하는 게 일이겠지만) '이런 머신이 집에 있다면 라면 먹는 맛이 2배는 맛있겠다' 싶더라고요. 조리는 머신에 붙어있는 매뉴얼대로 버튼 2번만 눌러주면 클리어되더라고요. (1. 면 종류 선택하기, 2. 조리 시작하기) 동시에 전자레인지에 냉동만두 넣고 돌려주고!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 구비는 물론, 스마트폰 충전 콘센트 / 와이파이까지 구비되어 있으니까 천국이에요. 천국.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집 밖에서 먹는) 라면과 만두 해치우니까 뒷정리하기도 얼마나 편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시죠?! 집에서 요리해서 먹으면 설거지 역시 '요리' 만큼의 일인 거요. 그런데 24시 무인 라면가게는 배고플 때 언제든 결제해서 먹고 간편히 치울 수 있으니까 요리에 대한 피로감이 확실히 덜 드는 것 같아요. 


라면, 만두 그리고 후식까지 (물론 저는 후식까지 먹지 않았지만) 이렇게 먹더라도, 7,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먹을 수 있으니까 만족스럽더라고요. 게다가 원하는 시간 언제든 방문해도 괜찮으니! 간편하게 한 끼 식사, 또는 0.7끼 식사 정도로도 손색이 없을 듯 싶습니다. (왜 이제 이런 매장을 이용해 봤을까 싶을 정도로!!)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 식사시간이 애매하다? 그러면 24시 무인 라면가게 이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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