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한숨을 내쉬고 글을 쓴다. 가끔은 마음 속에 조막만한 응어리가 잡히는 것 같다. 존재하지도 않는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같기도 하고, 그에 대한 사랑 같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에 대한 마음인지도 모른 채 붙잡고 글을 쓴다. 쓰다 보면 가끔은 나지막이 사라지고, 대부분은 잠들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책을 선물했는데 사라진 사람이 있었다. 나는 죽을 때까지 그이에게 ‘책이 어땠느냐’는 물음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안에 적혀 있던, 내가 몰래 좋아하던 문장을 그이도 좋아한다고 하면 내가 가진 소중한 무언가도 한 움큼쯤 나눠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 움쿰, 한 움쿰을 주다 보면 그이에게 절반쯤 삶을 맡긴 채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있었다. 그때는 그저 희망이었는데, 이제는 헛되고 보잘것없는 꿈이 되었다.
어쩌면 그 응어리는 그렇게 사라진 사람들이 남겨 둔 아주 작은 감정들의 모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것은, 같은 말일지라도 마음보다는 감정이라 부르고 싶다. 마음이라는 단어를 아끼기 때문이다. 그 감정들은 사람들이 아끼지 않아 내게 남겨두고는 사라져 버린 것들이라서. 그러고는 영영 찾으러 오지 않는 자그마한 짐들이라서. 그런 감정들에 마음을 쓰지 않을 정도는 강인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겨우 ‘마음’이라는 글자를 쓰지 않으려는 노력 정도를 한다. 오늘도 밤은 기다랗고, 나는 응어리를 붙잡고 고작 글을 적는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