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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안 Sep 30. 2023

유실물 遺失物

잃어버린 마음들

 유실물.

잃어버린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지하철에서 잠에 드는 바람에 급히 뛰쳐나와야 했어서, 어딘가에 두었으나 다시 챙기는 것을 깜빡해서, 그 외에도 내가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이유들로. 물건들은 그렇게 주인을 잃고 바닥, 책상, 가게의 식탁 등에서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맞는 것입니다. 그런 존재들을, 사람들은 유실물이라고 부릅니다.    

 

 가끔은 마음이 유실물 같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마음을 꼭꼭 채운 무언가가 있음에도 애써 부정하거나 잊어버리려고만 하게 되는 때가 그렇습니다. 슬퍼도 울음이 나지 않고, 아파도 아무렇지 않게 웃음을 짓거나 아무렇지 않았던 어제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 돌아갈 곳을 잃은 마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하염없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을 기다리는 일 뿐입니다.     


 내가 잃어버린 나의 마음을 찾지 못해서, 혹은 잃어버렸음에도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서. 그래서 마음은 그렇게도 외롭고 공허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닐까.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에,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처럼 잃어버린 채, 사실은 버려둔 마음들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찾아 낸 마음들은 닦고 고치고 소중히 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다시 돌아온 마음에 내심 기뻐하기도 할 것이고요. 결국에는, 그런 마음들로 이루어진 나도 닦이고 고쳐지고 소중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부디 깨지고 조각난 마음들이 싸매어지는 시간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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