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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단조로움과 커피 한 잔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허리를 무리 없이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디스크가 회복되었다.

요즘 내 일상은 꽤 단조롭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단조로움이 바쁘다.


‘단조롭다’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단순하고 변화가 없어 새로운 느낌이 없다.”

맞는 말이다.


예전엔 하루하루가 다채로웠다.

계속 뭔가가 바뀌고, 매일이 뭔가 ‘있었다’.

지금은? 특별한 일은 없고, 늘 비슷한 하루.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즘이 싫지 않다. 오히려 좋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안정이라는 게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고 있다.

어떤 글은 그냥 그렇고, 어떤 글은 스쳐가고,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나를 일렁이게 만드는 글을 만난다.


그 글을 읽으면 낯이 익다.

어디서 본 듯하고, 느낀 듯한 문장들.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편안하다.

마치 오래된 친구와 다시 마주 앉은 기분이 든다.


혹시 그 사람이 맞나?

모르겠다.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냥 그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

조용히 혼자, 글을 읽고, 생각에 잠기고,

그게 요즘 내가 보내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창밖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사람들은 우산을 뒤적이며 허둥대고 있지만,

나는 실내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조용히 글을 읽는다.


그저 비 내리는 하루,

내게는 충분히 괜찮은 하루다.


단조로운 날들이 이렇게 따뜻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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