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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방 Dec 23. 2023

애도 일기

펫로스

어제 새벽, 사랑하는 따냐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작은 몸으로 혼자 그 먼 길을 갈 생각 하니 아득하고 마음이 아프다. 작고 약한 몸으로 다리는 건널 수 있겠지?


따냐는 14살이었다. 작은 체구에 수다쟁이였다. 따냐야 하고 부르면 ‘야옹’으로 백 마디 대답하는 아이였다. 처음 보는 사람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갔고, 낯선 환경에서도 샤샤를 챙기는 꿋꿋한 아이였다. 그렇다고 개냥이는 아니었다. 앉을 때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고, 위기의 순간에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누구보다 우아했고 누구보다 동물적 감각을 지녔으며 누구보다 따뜻한 아이였다.


따냐는 샤샤라는 남자 아이와 함께 입양했다. 사실 둘은 부부이지만, 엄밀하게 보면 샤샤는 철없는 아들 같았고, 따냐는 그런 샤샤를 여러모로 챙기는 엄마 같았다. 샤샤가 눈앞에서 안 보이면 찾으러 다녔고 먼지로 더러워진 샤샤의 몸을 늘 핥아줬다. 샤샤는 한 번도 따냐의 몸을 핥아준 적이 없었지만 따냐는 까끌한 혓바닥으로 샤샤 몸을 단정하게 빗어줬다.


따냐의 물건이 오늘 배송됐다. 평소 좋아한 간식과 뽀송뽀송한 재질의 이불 몇 개, 스크래쳐 등 이별 전에 주문해 놓은 것들이었다. 이제 이 물건들은 샤샤 혼자 쓰게 되겠지. 혼자가 된 샤샤는 따냐의 부재를 실감한다. 분명히 따냐가 사라졌음을 알고 있다. 따냐가 사라진 이틀, 샤샤는 서랍장 모퉁이에 박혀있다.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샤샤가 슬픔을 느낀다면, 그 슬픔을 나눠 갖고 싶다. 우리 모두 따냐를 잃은 존재들이다.


따냐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이 세상에 없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어제의 따냐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영영 없을 거다. 그럼 이 세상에는 없지만 저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저기와 여기는 얼마큼 멀까? 가닿을만한 거리일까. 저 세상을 생각해 본다. 여기와 저기를 가르는 경계, 그 강이 우리의 관념일지라도, 그리고 그것이 내 마음 속이라면 따냐는 매우 가까이에 있다. 내가 잊지 않으면, 내가 살아 있으면, 따냐는 영원히 같이 있을 수 있다.


따냐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난다. 그 강인한 아이도 마지막 순간에는 샤샤의 몸에 기대어 옅은 숨을 쉬고 있었다. 따냐는 눈인사를 해주고 힘없이 마지막 야옹을 말했다. 그 야옹은 여태껏 들어본 적 없는 야옹이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너무 아프다는 말을 했어도 마음이 아프고, 고마웠다는 말을 했어도 마음이 아프다. 아마 어떤 말이든 마음이 아픈 말이었을 거다.


내 방에는 따냐의 야옹 소리가 사라진 긴 침묵과 샤샤가 남아 있다. 수다쟁이 따냐가 너무나 그립고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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