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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작가 Dec 05. 2023

재물운이 시작됐다!

내가 브런치 공모전에 당선될 상인가~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흔한 말은

거짓도 허풍도 엄살도 아니었다.

어차피 마통인생 월급에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몇 년째 성과급이 바닥을 치니

신경쇠약에 걸릴 판이다.

성과급으로 근근이 막아왔던 마이너스는

어느덧 기본값이 되었고 부채도 자산이니

이 페이스면 머지않아 자산가 대열에 낄 수도 있겠다.

해가 갈수록 호봉은 쌓이는데 연봉이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과 함께 회사의 미래까지 어두워지니

역시 정답은 로또였나 싶다.


난 내 돈 주고 복권을 사본 일이 손에 꼽는다.

로또를 사면 일주일이 행복하다고들 하는데

난 로또 없이도 충분히 행복해서 그런가?

그러는 나도 복권에 희망을 걸어본 적이 있다.

3년 전 본사 근무시절이었다.


퇴근 후 회식이 있어 직원들과 로비를 나오는데

꼬마 셋이 어쩔 줄 몰라하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눈치였지만

퇴근시간, 빛의 속도로 몰려 나가는 어른들을

바라만 볼 뿐 쉽사리 말을 못 꺼내고 있었다.


"얘들아, 무슨 일 있니? 뭐 도와줄까?"


아이들은 친구가 다쳤다며 연고가 있냐고 물었다.

나는 부서원들에게 먼저 가시라고 하고

아이들을 로비 안내데스크로 데려갔다.

안내데스크에서는 구급약은 없고

두루마리 화장지는 있다며 화장지를 건넸다.


'뭐 이런...'


어른으로서, 직원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얼른 약국으로 뛰어가 연고와 밴드를 사 왔다.

분수대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친 아이를 찾아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니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뿌듯한 마음으로 식사 장소로 걸어가던 중

문득 <흥부와 놀부>에서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던 장면이 떠올랐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다친 아이가 로또를 물고 나타나면 완벽하겠지만

그건 제비가 박씨 물고 오는 것보다 어렵겠고...

셀프로 사도 그게 그거 아니겠어?

복권집에서 내 성향에 맞는 연금복권을 샀다.

이제 편하게 회사 다니면 되겠구나~

사람들 말이 맞았다.

그때 일주일은  행복했다.

딱 일주일은...


사람들은 불순한 마음을 먹어서 안 된 거라 했지만

난 진짜 순수한 의도였다.

나중에 불순한 의도가 한 방울 섞였을 뿐...

하나님도 참... 얄짤 없으시네...


이선균 마약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몇 년 전 그걸 정확히 예언한 무속인의

영상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사주나 무속을 전혀 믿지 않는 나였지만

그걸 보니 내 사주가 궁금해졌다.


동료 직원이 알려준 용하다는 어플을 깔고

사주를 보니 중년부터 재물운이 시작된단다.

2025년은 재물운에 꽃이 피는 시기란다.

'노력해 왔던 것에 대하여 결과를 얻는 때'고

'적절한 수익이 들어올 수 있게' 된단다.


올해 12월 브런치 공모전 발표가 있는데

내 신청작이 입상해서 내년에 출판하고

2025년부터 수입이 좀 생기는...

이 어플 진짜 용한데?


지난 토요일,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마침 그때가 마트 1주년 행사일이었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할인 딱지에 눈이 돌았다.

할인되는 상품만 골라 긁어 담았다.

영수증을 보니 할인금액이 무려 3만 5천 원!

거기에 사은품으로 라면 한 묶음을 줬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삼촌~ 카드 하나 만들고 가~~"


"괜찮아요~ 저 카드 많아요~"


그때 내 눈에 보인 건 이모님이 펼쳐 흔들고 있는

만원, 오만 원짜리였다.

이모님의 부채춤에 정신이 혼미해지며

난 자연스럽게 이모님께 문워크를 했다.


"한 푼도 안 써도 돼.

개설하고 3월에 그냥 해지하면 돼.

지금 바로 8만 원 받아 가, 삼촌~"


"진짜요? 지금 주신다고요?

돈 안 써도 된다고요?"


마법의 부채춤에 홀려 카드를 개설했고

난 그 자리에서 현금 8만 원을 받았다.


할인받은 4만 원에 현금 8만 원까지.

누구도 피해 주지 않고,

모두가 윈윈하며 12만 원을 벌었다.

오늘 장본 건 거저먹는 거네?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처럼 집에 돌아왔다.


"얘들아~ 장 엄청 봐왔다!!

이게 다 공짜나 다름없어!!"


아이들은 그게 뭔 소리냐며 물었고

나도 돈으로 부채를 만들어 흔들었다.


"카드 하나 만들었더니 8만 원을 주네?"


"우와~~ 저도 만들래요!!"


너희는 지금처럼 해맑게만 자라다오~

이제 재물 들어올 일만 남아있단다.


행사가 950원짜리 막걸리로 축배를 들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네.
어서 오시게, 재물운~


* 어째 돈을 더 쓰고 있는 느낌인데...

이 찝찝함은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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