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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작가 Dec 19. 2023

운세로 본 2023년, 그리고 2024년

믿거나 말거나지만, 난 믿을래~

모임 많고 술자리 많은 연말연시다.

이렇게 정신없이 한 해를 보내고,

얼떨결에 새해를 맞이하는 건

보내는 해에게도, 맞이하는 해에게도

예의가 아닌 듯했다.

정리하고 계획하는 시간, 나름의 의식이 필요했다.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사주 어플을 켰다.


막상 어플은 켰지만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사주, 운세라는 게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으면

'그것 봐라~ 내 말이 맞지?' 하는 거 아니겠나.


내년 운세를 보기 전에

사주의 신빙성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올해 운세가 얼마나 맞았는지 확인해 볼까?


앗! 마치 올해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풀이되어 있었다.

뭐야 이거?!!


<2023년 운세>

다이어트에 실패한 것도,

출판 실패, 영어 실패, 야구 우승 실패도...

큰돈 빌려주고 아직도 못 받아

맘고생 하고 있는 것도...

다 내 팔자고 운세였네~

(괜히 핑곗거리 하나 생김)


<2023년 건강운>

올해는 야구에, 탁구에 직장인인지 운동선수인지

본업이 헷갈리는 삶을 살았다.

야구하다 생긴 부상은 야구인의 숙명이고.

넘치는 에너지의 기운을 하얗게 불태웠다.


<2023년 대인운>

내가 특히 놀란 부분은 대인운이었다.

야구 레슨장의 갑작스러운 강제 철거로

회원들이 공중분해 됐다.

여기에 돈 문제가 얽혀 변호사 사무실도 갔고

내가 중간에서 역할을 해보려다가

괜한 오해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선한 의도가 어떻게 치부될 수 있는지,

인간관계라는 게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

말 한마디가 어떻게 와전될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야구팀에, 몽골여행에,

졸업 후 첫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회에...

(여보~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가 늘어난 것도

거스를 수 없는 사주팔자 때문입니다...)


이렇게 올해 운세가 딱딱 맞아떨어지다 보니

내년 운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내년 운세를 클릭했다.

<2024년 운세>

누가 이 어플에 제보를 했나?

아니면 나랑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말과 글에 재능이 있다고 자평하는 걸까?


'경솔한 생각', '얕은 지식', '섣부른 조언'

폐부를 찌르네.

입 다물고 내 인생만 살아야겠다.


<2024년 대운>

솔깃하는 문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큰 성과'

이는 혹시 브런치를 통한 출판?!!

나의 '지식과 지인의 도움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고

주변에서 나를 부러워하고 이름이 널리 알려진다니...

이거 참 벌써부터 부담스럽게...

이름 너무 널리 알려지면 안 되는데~


<2024년 재물운>

도대체 책을 몇 쇄까지 찍는다는 말이지?

출판사에 아이디어도 활발히 제시해야겠다.

아예 이 운세를 보여주면서 말해야겠다.

이상한 놈 취급 받으려나?


<2024년 재물운>

요즘 아내가 내 글을 읽고 날 선 비판을 날리고 있다.

아내는 원숭이띠다.

아내의 조언을 좀 더 귀담아 들어야겠다.


'중요한 계약'이라 함은 출판계약?!!

'북서쪽'이라 함은 파주출판단지?!!

용하다 용해~

우주의 기운이 내 책에 모이고 있다.


재미로 본 사주, 운세였지만

한 해를 훌훌 털어보내고

설레발 가득한 희망찬 새해를 맞을 수 있게 됐다.


내년은 운세가 너무 좋아 핑계도 못 대겠다.


진짜 나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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