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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설작가
Jan 31. 2024
대환장 똥파티
아직 한 발 남았다!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고 있는 요즘.
이번엔 진짜 다이어트를 할 거라고,
나는 한다면 하는 놈이라고(안 해서 그렇지),
가족의 무관심 속
공허한 외침과 함께
매일 밤 다이어트 성공 결의를 다진다.
(결의엔 술이 빠질 수 없는 게 함정)
회사 구내식당 밥은 왜 이리 맛있는지
여사님마저 다이어트에 도움을 안 주신다.
점심을 배불리 먹어서인지 배에서 신호가...
대소사를 시원하게 마무리하고 물을 내렸다.
앗!!!
물은 내려갈 생각을 안 하고
점점 부풀어 올랐다.
"뭐야 이거! 안돼!
멈춰! 그만!!!"
다행히 넘치지 않을 만큼 물이 차고 멈췄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누가 들어오기 전에 얼른 수습해야 했다.
뚫어뻥을 찾아 여기저기 뛰어다녔지만 없었다.
결국 청소 여사님께 전화 찬스를 썼다.
여사님은 헐레벌떡 뚫어뻥을 들고 뛰어오셨다.
(뚫어뻥 도둑이 많아 따로 숨겨놓으셨단다.
나 같은 놈이 얼른 훔쳐 쓰고 버리는 듯.
나도 눈앞에 뚫어뻥이 있었으면 훔쳤을 것이다.)
"이게 뭔 일이래~ 누가 또 그런 거여~"
누가 그런 건지는 왜 궁금하신 건지...
화장실에 들어오려는 여사님과 막으려는 나.
뚫어뻥을 서로 갖겠다며 잠시 실랑이가 있었다.
이실직고, 결자해지!
"제가 벌인 일, 제가 마무리하겠습니다.
이건 진짜 안됩니다. 제가 해결할게요.
그냥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뚫어뻥의 주인은 내가 됐고
여사님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뒤로한 채
화장실 문을 잠갔다.
돌아와 보니 깔딱깔딱 찼던 물이
그새 많이
내려가 있었다.
뭐지? 조금 뚫린 것 같은데?
해결된 건가?
난 아무 생각 없이 물 내림 레버를
한번 더
눌렀고
이는 걷잡을 수 없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뚫어뻥을 넣었으면 쉽게 해결될 일을
내 손에 피(?) 안 묻힐 수 있겠다는 안일한 생각에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렸다.
"에잇! XX! 우와! 진짜! 아이씨!!!"
욕인지 감탄사인지 모를 방언이 마구 터졌다.
밀려오는 쓰나미를 겅중겅중 피해 가며
바닥에 있던 호스를 잽싸게 치우고
화장실 문이 잠겼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위기상황이 닥치니 멀티플레이가 가능했다.
변기 뚫고 바닥청소까지 하고 있는
이 한심한 난장판 속에
핸드폰이 울렸다.
"차장님, 저희 사무실 앞에 다 도착했는데요.
지금 밖이신가요? 바쁘신가 봐요?"
타 기관과 회의를 잡아놨었는데 깜빡했다.
내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나 보다.
"아... 그게 오늘이었나요?
지금 좀 정신이 없긴 한데...
제가 얼른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대환장파티는 깨끗하게 정리됐지만
마음엔 하루종일 찝찝함이 남았다.
왜
유독
나에게
이런
시련이
찾아오는 걸까?
(잊을만하면 한 번씩 이런 일이 터진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니 똥 굵다'며 건넨
축복의 말들 덕분이었을까?
아니야... 내가 범인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
누군가가 이미 막아놓고 튀었는데
내가 뒤집어쓰고 뒤처리까지 한 걸 수도...
처음엔 물이 맑았던 것 같은데...
그럼 내가 범인이 맞나?
잠들기 전까지 심경이 복잡해서였을까?
이날 꿈에선 똥폭죽 파티가 벌어졌다.
변기가 부글부글 끓더니 화산처럼 터졌고
그 안에선 별 게 다 튀어나왔다.
각종 옷가지와... 더는 말 안 할란다.
아무튼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으악~~ 이런 XX!!"
이불킥을 하며 잠에서 깼다.
뭐야, 이거? 꿈에서까지...
찝찝했던 건 잠시...
이거다!
로또를 사야 한다!
똥꿈은 재물을 가져온다는데
이건 뭐 잭팟이 터졌으니...
여기가 라스베이거스였으면 게임 끝인데
한국이니 어쩔 수 없이 로또로 만족해야겠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에게 똥꿈을 꿨다며 신이 나서
꿈 얘기를 하려는데
아내가
"잠깐!"하고 멈춰 세웠다.
"꿈 이야기를 하면 약발이 떨어진대~ 말하지 마!"
난 또 밥 먹는 중이라 그만하라는 건 줄...
아내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여보, 로또 돼도 내 연락 받아야 돼?"
아내까지 이런 반응이니 난 한껏 부분 마음으로
회사 앞 로또 명당으로 가 로또를 샀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랬지?
난 로또 만 원어치,
연금복권
만 원어치로
분산투자를 했다.
(인생에서 로또 사본 일이 거의 없는 내겐
이 정도도 많이 쓴 거다.)
회사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줬고
로또가 되더라도 회사는 다닐 거라며 큰소리를 쳤다.
동료들은 내 똥꿈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 검진 때문에
광주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셨다.
용산역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채혈에 CT, MRI까지... 검진은 예정보다 밀렸고
금요일 저녁 서울 도로 상황까지 생각한다면
내려가는 KTX를 놓칠 것 같았다.
예매 취소하고 다음 차를 예매해야 하나?
그러면 광주에서 장애인 택시가 끊기는데...
(일반 택시는 휠체어 탄 환자를 잘 안 태워준단다.)
병원 측에 양해를 구해 서둘러 검사를 마쳤고,
좁아터진 탈의실에서
전투군장 싸듯
아버지 옷을 갈아입혔다.
엄마는 상의를, 난 하의랑 양말을...
우린 휠체어를 밀고 뛰었다.
암병동 지하 4층에 주차를 했는데
지금 있는 본관엔 지하 3층까지밖에 없었다.
부모님께 기다리시라고 하고
암병동까지 전력질주를 했다.
내려가는 계단도 없어서 램프를 뛰어내려 갔다.
뭔 건물을 이따구로 만들어 놨어~~
드디어 출발!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
이제부터는 모든 걸 하늘에 맡겨야 했다.
간당간당한
신호엔
여지없이
액셀을 밟았고
요리조리 레이싱을 하듯 달렸다.
생각해 보니 주차하는 것도 문제였고,
멀리
있는
엘리베이터를 탈 시간도 없었다.
"에스컬레이터가 최단거리인데,
가능하시겠어요?"
"그거야 타면 되지!"
아버지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부축 없이는 걷지도 못하는 분이... 가능할까?
이제 와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해보자!
비상주차를 하고 냅다 뛰었다.
문제의 에스컬레이터 앞에 도착했다.
휠체어에서 아버지를 일으켜 세웠지만
한 걸음을 내디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원래 이렇게 에스컬레이터가 빨랐나?
내가 괜히 무리수를 둔 걸까?
이러다 아버지가 넘어지시기라도 하면...
여기서 포기할까 순간 망설였지만
망설이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해보자!
엄마와 나는 아버지를 부축했고
아버지는 정확한 타이밍에 발을 내디디셨다.
와... 성공했다!
난 다시 위로 뛰어올라갔다.
그제야 우릴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우릴 도와주고 싶긴 한데
뭘 도와줘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고 있었다.
난 얼른 휠체어를 접어
한 손엔 휠체어를,
다른 한 손엔 짐들을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저 아래에 위태롭게 내려가고 있는 부모님이 보였다.
아... 착지가 문제구나... 제발... 제발...
아버지는 이번에도 제 타이밍에 발을 내디디셨고
휘청하며 착지에 성공했다.
됐다! 됐어!!!
아버지를 다시 휠체어에 태우고 냅다 뛰었다.
미리 예약한 장애인 도우미가 저기서 손을 흔들었다.
"빨리 오세요!"
열차 시간이 임박해 정신없이 헤어졌다.
하루종일 금식해 쫄쫄 굶으신 아버지가 결국
아무것도 못 드시고 내려가시는 게 맘에 걸렸다.
올라오셨을 때도 공복에 멀미를 하셨는지
차 뒷좌석에서 토를 하셨는데...
급하게 호두과자를 사들고 다시 뛰어내려 갔다.
저 멀리 탑승 중인 부모님이 보였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호두과자 두 봉지를
부모님께 쥐어드리고 진짜 작별을 했다.
돌아서서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모님은 밤늦게 잘 도착하셨고
다음날 엄마에게 장문의 카톡이 왔다.
똥꿈의 행운이 이거였을까?
로또는 아쉽게도 하나도 맞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펼쳐진 사회인 야구 결승전에서
내가 친 타구 중 행운의 안타가 2개 나왔고
선발 6이닝 호투로 우리 팀이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직 똥꿈의 기운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건...
아직 한 발 더 남았다는 것!
2.8일이 연금복권 발표날이다.
그래~ 난 짧고 굵은 로또보다
가늘고 긴 연금복권
체질이다.
이제 굵은 건... 그만 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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