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끄적끄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작가 Jul 01. 2024

강아지처럼 살아보자!

이상한 짓도 꾸준히 하면 경쟁력이 되는 세상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났다.


반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게 있나?


세월을 허비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나?


우상향의 삶을 살고 있나?

어느 하나 자신 있게 "그렇다" 말하기 힘든 반년.

고개를 떨군다.



오늘은 7.1일.

계획을 세우고 나를 다잡기 딱 좋은 날이다.

해마다, 일정 시기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이런 루틴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마저도 없었다면 내가 더 망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오늘도 노트를 펼치고 비장하게 펜을 들었다.


마음을 다잡으려면 그냥 다잡으면 될 것을

야구가 안 될 때 빠따나 글러브 같은 아이템을 찾듯

뭘 또 사고 싶은 생각부터 든다.

이건 병이다.


#1. 스마트 워치

마침 만원 대에 샀던 스마트 워치가 망가졌다.

몇 년을 썼으니 이 정도면 천수를 누렸다.

워치를 차고 운동하고 수면 질을 체크하며

건강해진 내 모습을 상상하며 구매 버튼 클릭!

10만 원 아래의 금액이지만 내겐 감지덕지다.

마사지네 뭐네 온갖 기능 다 들어 있는 비데여도

오로지 똥 누고 세정 버튼 하나만 사용하는 나에겐

워치의 온갖 기능이 다 무용지물임을 알기에...

(더 비싼 거 차는 사람들은 워치로 뭘 하는 거야?)


#2. 자기계발서

마음을 다잡는 데 빠질 수 없는 것이 자기계발서다.

이미 웬만한 노하우는 다 알고 있고

나에게 필요한 건 자기계발서가 아닌 실천임을,

어차피 또 같은 말을 달리하는 책일 줄 알면서도

제발 이번엔 내게 죽비가 되길 기대하며...

책 제목은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이다.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결국 해내고

직접 이런 책을 써야 하는데...


사실 나에게 가장 큰 영감과 도전의식을 심어 주는

최고의 자기계발서는 따로 있다.

나의 첫 책 <보통 아빠의 보통 아닌 육아>다.

내가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살았던 시절.

나의 모든 것을 쥐어짜 만든 고로쇠물 같은 책.

지금도 가끔 그 책을 펴 보면 가슴이 뛴다.

다시 그런 책을 쓸 수 있을까?

마침 얼마 전 내 책 두 권이 동시에 절판되었다.

이건 새로운 책을 내라는 계시가 아닐까...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하고 실험하고 기록하며

펄떡이는 삶을 살아야 고로쇠물 한 방울이 나올 텐데.

난 다시 펄떡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책이 트리거가 되어주길 바랄 뿐.

(나 같은 사람들이 항상 계기 찾고 트리거 찾는다.)



어제 가족과 함께 할머니를 뵙고 왔다.

올해 93세가 되신 할머니는 우여곡절 끝에

한평생을 살던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들어오셨고

여러 사정상 한 요양원으로 모셨다.


나를 기억하실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할머니 건강 상태는 아버지보다 좋아 보였다.

아버지보다 잘 걸으셨고 못지않게 유머러스하셨다.

할머니는 손자 내외와 증손자들을 만난 지금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몇 걸음 걷고 멈춰 나 한 번,

다시 몇 걸음 걷고 멈춰 증손자들 한 번을 보시며

"행복하다"는 말씀을 연신 반복하며 눈물을 훔치셨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해

일본에서 돌아오신 할머니를 아직 뵙지 못했다.

즐겁게 웃으며 식사하는 이 장면을 보여드리고 싶어

아버지께 영상통화를 걸었다.


"철호야!"


"엄마!"


아버지는 아이가 된 것처럼 엉엉 우셨다.

하얗게 머리가 세어 버린, 우느라 일그러진 표정의

아버지를 보며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너도 많이 늙었구나.

왜 울어? 울지 마. 우리 웃고 살자."


아버지 앞에서 할머니는 의연했고

할머니 앞에서 아버지는 무너졌다.

난 옆에서 눈물을 참으며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 마디에 눈물을 누르기 힘들었다.


내 강아지!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나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할머니에게 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할 강아지였다.

나도 만약 나이가 들어 다 늙어버린,

병상에 누운 아들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병상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심정은 또 어떨까?


내 강아지...


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할 이유였다.



할머니를 뵙고 다짐 리스트 순서가 바뀌었다.

늘 그냥 적었던 다짐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표현하며 살기.

건강 잘 챙기기. (난 홀몸이 아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유머 잃지 않기.


이걸 쓰고 나니 그 밖의 계획과 다짐은

소소하고 자잘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자잘한 계획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상한 짓, 꾸준히 하기'다.


이상한 짓도 꾸준히 하면

그게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다.

(이상한 짓이라고 하니 진짜 이상한 것 같지만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짓' 정도가 되겠다.)

지금까지 벌인 이상한 짓 꾸준히 하면서

새로운 이상한 짓도 수시로 벌이며 살아보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꼬리를 흔들며 표현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빨빨거리며

신나서 날뛰는 건강한 강아지가 되는 것.

강아지라 하기엔 나이가 든 것 아닌가 싶었지만

우리 아버지도 강아지 소리 듣는 마당에

나는 뭐 하룻강아지 수준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이게 거짓말이면 저를 죽이셔도 좋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