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으로 향하기 하루 전
내일이면 베를린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게 된다. 시간이 다가오니 마구 떨리기 시작한다. 혼자 여행은 처음일뿐더러 혼자 공항에 가는 것부터도 그리 자신이 없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확인하고, 남은 예약들을 처리하고, 가족들과 전화를 했다. 우리 집에서 누군가 오래 떠나 있던 적이 없던 터라 다들 내가 아주 오래 멀리 가는 것처럼 배웅한다. 머리로는 이렇게까지 작별의 인사를 나눌 것까지야 싶지만 솔직히 나도 그 배웅의 크기만큼 떨고 있는 중이긴 하다.
나는 사나와 자넷의 숙소에서 머물게 되었다. 짧은 채팅이었지만 그녀들의 호의적인 대응이 떠나는 길에 보다 편히 마음을 먹게 해 준 이유가 되었다. 나는 새로운 것들을 경계하고 두려워하지만 늘 사람과 사랑 사이에 자리하길 욕심 내는 사람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낯선 곳, 낯선 사람의 집에서 머물게 되지만 그 안에서 느낄 온기를 기대하며 숙소를 정해봤다.
짐을 챙기면서 밀린 책상 정리도 함께했다. 필요한 것을 무겁게 다 챙겼는데도 아직 남아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도 말끔해진 책상을 보니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늘 어지러운 자리였는데, 짐을 챙기면서 많은 것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혼자만의 첫 여행지를 베를린으로 정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사실 이유란 것이 없음에 가깝다. 작년 이맘때쯤, 그저 베를린의 사람들, '베를리너'라는 키워드에 환상이 생겼을 뿐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베를린은 장식적으로 화려하지 않고 조금은 차가워 보이는 도시다. 내 예상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그렇든 아니든 상관은 없다. 나는 그 도시에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새롭게 발 디뎌볼 땅을 찾아간다.
한 달 동안의 계획도 거창하지 않다. 세세한 계획은 하루도 정하지 않았다. 그저 많이 보고, 적고, 듣는 것이 목표이다. 여유롭게 내 루틴을 반복하고, 매일 새로운 곳을 걸어보고, 가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이 이 여행의 내용 전부이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는 많이 적고 싶다. 읽을 기회는 늘 많았으나, 나는 아직 쌓아둔 것이 적어 글자를 토해낼 기회가 많이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걷고 멈춰 서는 것을 반복하며 가득 채운 것들을 잔뜩 적어내고 싶다.
아직은 마음에서 지우지 못한 것들이 많다. 나는 그것들마저 말끔히 챙긴다. 그곳에서 채우고 싶은 것만큼 두고 올 것들이 많다. 말끔히 챙기는 마음, 나는 이 중 얼마나 많은 것들을 두고 오게 될까? 떨리고 설레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