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아직 회사를 가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문화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사회생활'일 것이다. 아직 경험한 적 없는, 소문만 무성한 사회생활은 은근한 두려움과 은근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단어다. 면접을 준비할 때 단골 질문 중 하나가 "상사가 부당한 일을 시키면 어떻게 대처할 거냐?"일 만큼 사회생활에서는 이제껏 마주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는 게, 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구성을 보면 대부분의 친구들과 한 명의 어른, 선생님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생님이라고 하더라도 초등학교 때나 교실에 있지 중학교를 올라가면서부터는 거의 계시지 않는데다 대학교를 가면 거의 마주칠 일이 없는 교수님은 수평적인 사회가 일반적인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한없이 수평적인 생활 속에서 갑작스럽게 마주하는 위계 질서는 어떻게 봐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그 과목의 범위는 출근에서 시작해서 퇴근할 때까지다.
아침에 출근해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것.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타 부서 직원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며 눈 맞추고 미소 짓는 것. 이 작은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관계를 만들어간다.
어떤 시간이든 5분 일찍 도착하는 것. 회의를 시작하거나 출근을 할 때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오는 것은 먼저 온 선배들이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흐름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준다. 5분의 여유는 노트북을 켜고, 자료를 미리 확인하고, 옆 사람과 짧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메신저 답장 속도. 학교 때는 카톡을 언제 확인하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다르다. 업무 메시지에 30분 이내로 반응하는 것, 바로 답할 수 없다면 "확인했습니다. 오후에 회신드리겠습니다"라고 중간 답장을 보내는 것. 안 읽씹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회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리 배치를 신경 써야 했다. 문과 먼 자리, 문과 가까운 자리에는 알 수 없는 규칙이 있다. 술잔이 비었을 때 술을 따라주어야 하는 것, 술을 따르는 방법에도 규칙이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학교에서도 배우기 힘들다.
눈치
이쯤 되면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거 그냥 눈치 아니야?" 어떻게 보면 맞다. 둘 다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하고, 분위기를 읽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목적이 다르다.
눈치는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내가 어떤 선택을 하기 용이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야근을 해야 할 것 같은 날 재빠르게 먼저 가버릴 수 있다.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을 때 잠깐 자리를 뜰 수 있다. 눈치는 나를 보호하는 방어막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보다 적극적으로 조직에서 누군가와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배려를 통해 서로를 향한 호감과 신뢰를 쌓고 같이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사회생활은 관계를 만드는 다리다.
마음
설령 위에서 말한 것들을 모르더라도 사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사회생활은 주어진 임무를 같이 해나갈 마음의 여부를, 진심의 여부를 표현하는 방법의 일부일 뿐이다. 설령 그 방법을 모르고 어색하고 서투르다고 한들 마음만 있다면, 그 마음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사회생활이다.
아직도 완벽하진 않지만 아마 완벽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실수하고, 누구나 서툴다. 다만 그 서툼 속에서도 상대를 배려하려는 마음, 함께 일하려는 의지가 보이면, 사람들은 기다려준다. 그리고 천천히, 관계는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