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의모든것의리뷰 Jan 28. 2024

차가운 소개팅


 오늘날, 인연을 만나기 위한 가장 대중적인 방법 중에 하나인 blind date, 소개팅은 누군가의 소개로 인해 만나는 것도 있지만,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만난다는 점에서 붙은 두 가지 의미 모두 다른 의미로 적절한 이름이다.



기본적인 인적 사항, 적당한 신원보증을 거쳐 만나는 소개팅이라는 자리였었지만 지금은 꽤 그 의미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직접적인 소개를 통해, 한 다리 혹은 두 다리를 건너 알게 된 사이의 이루어지는 만남이었지만 이제는 건너건너 하는 소개팅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인연을 만들어간다. 



 결혼해 듀오와 같은 결혼정보업체들은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지만 회사에서 인적 사항을 가지고 서로를 매칭 시켜준다. 과거의 중매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결정사 외에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진화로 이제는 소개팅을 주선하는 다양한 앱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만남이 생겨났다. 



직접적으로 소개팅 앱을 통해, 포인트를 충전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포인트를 사용해가며 만나는 방법, 킨더처럼 좋아요를 한 사람끼리 매칭되는 방법 외에도 커뮤니티에서, 대표적인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셀 수'라고 하며 자신의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기재, 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최근에 방문한 카페에서는 여러 명이 동시에 번갈아가며 소개팅을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진 속 분위기의 소개팅을 생각하지만 사실 그 내부를 바라보면 차갑기 그지없다. 직접적 소개 외 결정사나 블라인드 등을 통한 소개팅의 가장 큰 특징은 정량화된 특성을 기반으로 한 만남이라는 점이다. 



인적 사항은 결국 스펙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학력, 직업, 나이 등은 어떤 스펙을 가지고 결혼 시장에서 만남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에 따라 결정사에서 나누는 '급'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과연 대한민국에서 몇 티어에 있는 가로 이어지게 되고, 어떤 정도는 되어야 어떤 티어가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며 마치 티어가 맞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 합리적인 만남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출처 세계일보





특히 몇몇 소개팅 앱에서는 원천징수, 자산 등에 대한 인증을 할 경우 추가적인 베네핏이 붙게 되기도 하는 등 사람의 능력을 정량화하고 그로 급을 나누어 사람까지 정량화 버리게 되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 티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뛰어난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정량화의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점은 무려 C-의 등급까지 중 B- 등급까지가 대기업, 교사, 누구나 알만한 공기업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중위소득은 207만 원으로 대한민국의 50% 가 되는 사람이 207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B- 등급까지의 모든 이들은 중위소득을 넘는 범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실 9급 공무원도 이런저런 수당을 합치면 200이 넘는 월급을 받는다고 하니, 실질적으로는 저 표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위소득을 넘는 사람들이다. 



 마치 기업이 사람을 뽑을 때처럼 소개팅이라는 자리가, 서류가 통과된 소수의 인원들이 최종 면접 자리에서, 면접 때 만 알 수 있는 느낌이나 분위기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그런 자리가 되어버린 것 같아 현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을의 연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