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먹어버린 라면처럼 인스타그램을 교환한 여파는 그렇게 작지 않았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를 찾았다. 조금 더 훈훈해진 그 아이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미 자리 잡고 앉아 있던 그 아이는 무심한 듯 노트를 펼치고 있었지만 지난 수업 후 처음으로 두 사람이 길을 나란히 걸었을 때, 그의 말투 속에 숨어 있던 따뜻함이 다시 떠올라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했다.
그 아이와 처음 대화를 나눴던 순간,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진 유대감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연락처를 물어본 그의 행동은 그보다 조금 더 깊은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연락처를 건네며 느꼈던 그 미묘한 떨림이 다시금 손끝에 남아 있었다.
'관심이 있는 거다!'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서 터져버렸다. 근거 없는 확신은 아닌 게 분명하다! 노트를 꺼내며, 애써 평소처럼 행동하려 노력했지만, 손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주변의 소음들이 점점 사라지고, 머릿속에는 온통 그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나한테 먼저 연락 올까?' 작은 핸드폰을 슬쩍 쳐다보며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 아이가 보고 있을 뒷모습이 괜스레 신경 쓰였다. 머리카락이 엉망인 건 아닌지,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부끄러움이 슬며시 피어오르고 있었다.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자신에게 물었다. 그와 연락처를 주고받은 것이 단순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작은 연결고리가 점점 더 커져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언제 연락이 올까? 연락이 오겠지? 안 오면 어떡하지?'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닥터 스트레인지 마냥 그려졌다가 지워지고 다시 그려졌다. 그와의 대화가 어색하지 않기를, 또 그와의 관계가 조금씩 더 깊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뿐이었다. 이제 그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갈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지를 차분히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곧 올 것 같았던 연락은 한참 동안 오지 않았다. 한 시간 두 시간이 흘러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도 자꾸만 눈이 가는 핸드폰의 바탕화면엔 광고성 카톡들 외에는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았다. 광고를 지워버리든가 해야지! 처음 인스타그램을 교환하면서의 그 떨림과 설렘이 '그 아이에게는 단순한 연락처 교환이었을까?'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변하고 있을 때쯤 기다리던 알림이 눈에 확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