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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사라 Jan 16. 2022

불면한 밤의 이야기 (2)

게으르다고 했다.


늦잠을 자고 헐레벌떡 뛰어가는 나를 보고 게으르다고들 하였다. 나는 태생이 잠이 많게 태어났을 뿐인데, 낮보다는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에 집중이 잘 되어서 늦게 잠들었을 뿐인데. 나의 천성적인 기질이 무엇인지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잠을 늦게 자고 잠을 많이 자는 나를 보고 게으르다고 말하였다.


나는 그렇게 게으르다는 남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그래 나는 게을러서 그래." 하며 나를 상처 주는 말을 하였다.

(생각해보면 늦게 잤으니까 늦게 일어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런 나의 게으른  삶에 불면이 처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불면이 왔다.


잠을 안 잔다는 것은 꽤나 효율적으로 느껴진다. 하루는 24시간이고 9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나머지 15시간 안에서 잠을 자는 시간을 뺀다면 하루가 얼마나 빼곡하게 채워져 있냐 말이다.


나는 맥시멀 리스트로서 쇼핑을 할 때도 카트에 한 가득, 옷장에 옷도 빽빽하게 차 있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밥을 먹을 땐 워낙 위가 금방 차서 늘 충만하게 차있어 의도치 않은 맥시멀 리스트가 되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런가? 하루가 나의 행동들로 가득 차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좋았다. 늘상 9시에 자던 인간이 12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으니까. 그 시간에 나는 못 읽던 책도 읽고, 미뤄왔던 브런치 글도 써보고, 오랜만에 유튜브 세상에서 마음껏 유영하였다. 오랜 시간 나를 짓누르고 있던 '게으르다'는 표현에서 드디어 해방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무척이나 쾌감이 들었다.


어찌나 억울했으면 불면에 대한 이야기  절반이 게으르다는 말에 정당화와 합리화인지.  정도로 나는 불면의 일주일이 행복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에 수면제를 복용하는 환자 수가 왜 그리도 많은 건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불면은 마치 초콜릿이 묻어있는 칼날과도 같다.

초코향이 나서 다가가서 핥아보고 맛있게 냠냠 먹었을 땐 모르지만, 어느 순간 피가 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무엇이든 체력에 구애받지 않고 하루를 알차게 사용하는 내 모습이 너무 좋았지만, 그다음 날의 나는 타인에게 예민하게 굴고 눈이 너무 따갑고 어깨가 무거웠다.

커피를 너무 과다하게 마셨을 때 나의 각성을 스스로가 인지했을 때처럼, 불면과 함께했던 낮 시간대는 항상 그렇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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