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은 괜찮았다.
오늘은 한 시간 늦게 출근이니 조금 더 늑장을 부려도 되겠지.
편안한 몸으로 정수기의 미적지근한 물을 받아 마시며 아침을 깨웠다.
오늘의 아침은 바나나를 먹을까 고구마를 먹을까. 고민하며 여유를 즐긴 편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은 꽤나 다를 수 있다.
누가 예상이라도 했으랴. 이렇게 하루가 고되었을지.
회사는 업무가 끝이지 않았다.
녹초가 되어 시계를 올려다보았을 때는 오후 3시 남짓.
아직 퇴근까지는 4시간이나 남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
업무 마감시간이 될 때까지 일은 끊임없이 몰아쳤고, 숨 한 번 고를 틈도 없이 저녁 7시가 되었다.
18:59
19:00
전광판 속 시계가 저녁 7시가 되기를 계속 확인하고는 미련 없이 인사하였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고됐어. 힘들었어.
퇴근길 지하철 역사에는 꽃집이 있었다.
지하철 한편. 작지만 내 눈길을 끄는 곳. 그곳으로 간다.
꽃집에서 꽃을 고를 때면 마치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해한 것을 고르자면 꽃이 아닐까.
노오랗고 마알간 색으로 소담하게 가만히 기다린다.
푸릇한 이파리에 둘러싸여 발그라한 얼굴이 더 잘 보인다.
은은하게 조용히 앉아있는 안개꽃도 있다. 소소하니 편안하다.
각각의 꽃들이 팻말을 메고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무엇을 사갈까 고민하는 순간이 길어져도 좋다.
오늘의 고민 중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이 꽃집의 특징으로는 각기 꽃마다 이름과 꽃말을 적어뒀다는 점이다.
메리골드 -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너를 고를 수밖에 없다.
메리골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보면 마치 내게도 반드시 언젠가는 행복이 올 것 같아서
메리골드 몇 송이와 그 주변에 있어줄 유칼립투스 잎, 냉이 풀 등을 골랐다.
지친 내가 당장 내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
사랑과 응원의 말을 꽃을 통해 내게 들려준다.
언젠간 내게도 행복이 오기를
꽃 한 아름에 나를 위로한다.
오늘도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