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ㅋㅋ
어릴 때부터 저는 공기업, 공무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면 별다른 자기 계발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거든요.
공무원이신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는 아버지는 업무나 자기 계발에 대해서 그다지 뜻이 있어 보이시지는 않았습니다. 매일 술을 드시고 들어오셨고, 책이나 업무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아, 공무원 같은 안정적 직장인이 되면 딱히 공부를 하지 않고 놀아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아버지께서 승진을 하시기 위한 공부를 하면서 도서관을 다니시며 고생을 했던 것을 보기도 했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을 내심 했었습니다.
한번 회사에 들어가면, 굳이 이직을 할 필요도 없이 자기 계발을 할 필요도 없이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 따박따박 받는 상상을 즐겁게 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도 마이스터고를 진학해서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입사를 하고 싶었었죠.
'아니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더 쉽게 취업을 할 수 있는 이런 제도가 있다고?'
마이스터고 진학에 대한 어머니의 반대가 있었지만, 마이스터고를 진학한 이유가 돌이켜 보면 쉽게 취업해서 베짱이처럼 띵가띵가 노는 삶을 원했던 것 같네요.
실제로 회사에서 그러고 있습니다. 자기 계발에 대한 부담감이 딱히 없습니다. 자격증을 딴다거나 그런 행위를 안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딱히 없습니다. 따면 좋지만, 따라고 압박을 하거나, 자격증을 안 땄다고 해서 제한을 두는 행위는 거의 없다시피 무방합니다.
아 물론, 승진에 도움이 될 수 있거나 업무에 있어서 필요한 요건일 수도 있겠지만 자격증 따는 것을 귀찮아하면 단순히 무시해도 될 수준인 것이죠.
회사에서 만난 사람, 더해서 대학에서 만난 비슷한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일하는 직종은 기술직입니다. 기술과 관련된 자격증의 종류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기능사 - 산업기사 - 기사(기능장) - 기술사
대략적으로 이런 형태를 띱니다.
기능사는 아무 조건 없이, 무경력자도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이고, 산업기사와 기사는 나름대로의 경력이나 학위가 필요한 것이죠.
고졸의 신분에서 기능사만 가지고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됩니다. 사실 기능사라고 하는 자격증은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실무에서 쓸 일도 없으며, 자격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수준이죠. 근데 이 기능사 자격만을 가지고도 30~40년 회사를 무난하게 다닐 수가 있으면 어떨까요?
공기업이나 공무원 직종에 일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이런 분들을 꽤나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기능사만 가지고 회사를 잘 다니는 분들 말이죠. 자격증 없어도 회사 생활 잘하고, 승진도 잘합니다.
이런 분들이 젊은 고졸 직원들더러 자격증을 따지 말라고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자격증 공부를 하라고 장려를 하죠.
근데 우리 입장에서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딱히 자기계발 없이도 회사를 잘 다니는 분들을 보면서 '아, 나도 굳이 공부를 할 필요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제 회사 및 야간대를 다니는 제 또래면서 기술직인 친구들 중에서 기사 자격증 딴 인원이 몇 퍼센트 정도 될까요?
많이 잡아서 20프로입니다.
자격증을 안 딴 인원들이 다 처먹고 놀고, 일도 제대로 안 한다고 말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자기 자신의 업무를 통해 발전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뭐라도 배우려고 하는 태도를 가진 이들 중에서는 대부분 자격증을 하나, 둘씩은 취득하더라고요.
입시를 예로 들어서, 내신 싹 다 버리고 수능에만 올인한다는 놈들치고 좋은 대학을 잘 가지 못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적당히 학교 생활이나 내신에 집중도 하면서, 수능에도 관심을 보인 친구들이 대체로 대학을 잘 가더라고요.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일을 못 하고,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겁니다.
제 주변인들을 보면서, 고졸 취업을 하는 사람들의 성향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속된 말로 '꿀 빨고 싶어 하는 심리'
저는 적어도 고졸 취업을 한 기술직들, 대기업은 제외하더라도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본인인 업무에 맞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통해 비교적 쉽게 회사에 입사를 하면서, 자격증이라는 것은 당연히 따라와야 하는 책임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저도 자격증을 따긴 땄습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는 자격증을 딴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환경입니다.
주변에 속된 말로 꿀을 빨거나, 취업을 날로 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저도 그들과 동기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고졸인 주변인들과 같이 있다 보면 저도 그들과 함께 다운그레이드되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들과 함께 동질감을 느끼면서 얻는 고양감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딱히 자기계발을 하지도 않아도, 어린 시절에 했던 좋은 선택으로 잘 먹고 잘 살다 보니 별 다른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그렇고요.
저도 한때는 그런 부류의 사람 중 하나였는데, 요즘 들어서 경계심이 듭니다.
로우 리스크는 곧 로우 리턴을 의미합니다.
더 나은 보상을 원한다면 더 많은 리스크를 떠안아야 합니다.
근데 무섭습니다.
오래전부터 각인된 제 환경인자를 모두 부정하면서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년 시절부터 누적된 모든 것들을 바꿔야 합니다.
평균으로의 회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극단적이거나 이례적인 결과는 곧 평균으로 돌아온다는 말입니다.
가끔 제가 하는 행동이나 생각들이 평균에서 벗어난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표본에서 벗어나기는 했는데, 제가 요즘 하는 꼬락서니나 행동들을 보면 다시 평균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내심 속으로는 제가 평균으로 돌아가는 것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고, 제가 남들과 딱히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진짜 문제는 본인이 처한 상황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입니다. 적어도 저는 제가 처한 환경이나 상황이 문제라는 것을 인지는 하고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네요.
그래도 아직은 일단 젊으니까 이것저것 시도는 해봐야겠습니다.
안 되면 그냥 도태되면 그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