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유형, 그리고 공통점
문화센터에서 소잉 강좌를 등록하시는 수강생 분과의 만남은 늘 설렌다. 첫 수업을 하기 직전 연락처를 주고받고 전반적인 수업에 대한 설명을 드리면서 꼭 드리는 질문이 있는데, “왜 재봉틀을 배우러 오셨어요?” 다. 이 질문을 던지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그 속에 담긴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몇 가지 유형별로 살펴보자.
추억이 담긴 유형
재봉틀을 배우러 오시는 분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로 매우 다양하다. 나이가 많건 적건 추억이 담긴 유형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엄마가 돌리던 오래된 발틀 재봉틀의 추억을 찾아서 오신 분도 있고, 젊은 시절 잠깐이지만 꿈을 담아 배웠다가 현실에 밀려 놓게 된 양재의 기억 때문에 오신 분도 있다. 또 고등학교 시절 가정 숙제로 잠깐 배운 재봉틀이 기억나 다시 시작하러 오기도 한다.
재봉틀에 담긴 추억이라...! 생각해보니 나도 있다. 지금은 엄마가 보관하고 있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오래된 손재봉틀. 그 손재봉틀이 놓여있던 외갓집 안방의 풍경이 여전히 내 기억 속에 고스란히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의 재봉틀 사랑은 어쩌면 그때부터 시작되었을까?
꼭 한 번 배우고 싶어서 유형
어떤 것이든 배움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언제 가는 꼭 한 번 해봐야지’하고 생각한 것이라면 더욱더 각별할 것이다. 그렇게 재봉틀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것을 실행하러 오시는 분들의 비율도 꽤 높은 편이다.
“젊을 때 양재를 꼭 배우고 싶었는데 못해서 지금이라도 하려고 왔어요.”
“제가 옷을 좋아하는데 입으면 꼭 한 두 군데 마음에 안 들어서 고치고 싶어서요”
이런 분들은 배움에도 좀 더 적극적이셔서 질문도 많으시고 완성하고 나서 만족도도 높으신 편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강사로서도 어찌나 뿌듯한지 엄마미소가 절로 피어오른다.
잘 배워서 확장하려는 유형
이 유형이 또한 과거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은 취미지만 나중에는 이걸로 뭐라도 해 보겠다’라고 생각했던 나. 아무튼 이 유형의 분들을 만나면 남일 같지 않고 감정을 더 이입하게 된다. 이 분들도 열정이 남다른 분들이기 때문에 기록도 꼼꼼히 하시고, 궁금하신 것도 많고, 보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도 하신다.
사업자를 내시려고 준비하시는 분도 계시고, 자격증부터 차근차근 따고 나면 자그마한 공방을 꿈꾸는 분들도 계신다. 그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작지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기쁨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어떤 유형이건 간에 재봉틀이 궁금하고, 배우고 싶고, 재미있어하신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래서 바늘땀이 삐뚤빼뚤 해도,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재밌으시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그렇게 말씀드리곤 한다.
오늘도 새롭게 등록하신 수강생 분께 활짝 웃으며 이렇게 질문한다.
“왜 재봉틀을 배우러 오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