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것들
둘째 아이가 외출한다며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긴다. 내가 만들어 준 가방에, 내가 만들어 준, 아니 내가 만들었던 네임택이 달려있다. 어디서 찾아서 이렇게 달아 둔걸까. 정말 오래된 것인데 아이 눈에는 그래도 예뻐 보였나보다.
“어디서 찾았어. 엄마가 만든 진짜 오래 된 건데.”
“응. 내가 예뻐서 달아놨어. 괜찮지? 어떻게 만든 거야?”
아이는 가끔 나도 모르게 둔 것을 찾아서 알아서 쓰곤 한다. 우리 집 구석구석에는 내 손길이 닿은 내가 만든 것들 꽤 있다. 아이들이 쓰는 보조가방, 실내화주머니, 몇 개의 옷, 그리고 내 가방까지…… 최근에 만든 것들이 더 많지만 10년이 훌쩍 넘은 것들도 있다. 아이가 찾은 것도 그 중 하나이다.
2008년, 친구와 중국여행 갈 때 캐리어에 단다며 서툰 솜씨로 만들어 뒀던 것. 중국 공항에서 어찌나 험하게 다뤘는지 원단으로 만든 네임택에 지워지지 않는 까만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었다. 그 자국은 이제 세월과 함께 흐리해져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까만 자국 때문에 버릴까 망설였었는데 두길 잘했네. 다시 이렇게 쓰고 있다니 말이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아! 핸드메이드는 힘이 세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서툴고 삐뚤빼뚤하지만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안방 옷장 안에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 둔 가방들이 많다. 쓰지도 않으면서 버리지 못하는 이 미련병 이라니!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지만 현실은 누구보다 맥시멀 라이프인 이유가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든 거니까. 내가 만들 거니까 (원단이나 부자재 같은 재료들) 잔뜩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번이나 버리자 했다가 다시 주섬주섬 주워서 옷장에 차곡차곡 쌓은 적이 여러 번이다.
누구에게나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겠지? 나와의 질긴 인연을 이어가는 것들. 아마 지금도 여전히 이것저것 만들어대는 중이지만, 이것들도 아마 버리지 못 할 것이다. 나는 만드는 게 재밌는데 언제까지고 내가 다 가질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요즘에는 슬슬 ‘이제 내가 그만 갖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판매를 해봐야겠군.’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저 취미로만 영위했던 소잉 생활이지만, 이제는 꿈으로 키워 가고 있으니 판매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나만의 만족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제법 “이거 마음에 드네요. 팔아주세요. 살 수 있나요.”라는 요청이 SNS를 통해 들려오면 뿌듯한 한 편, 아 진짜 이제 부지런히 움직여서 판매를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든 무언가가 그 분들께도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무언가가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내 손을 떠나면 이제는 내 것이 아닐 테니. 그래도 ‘핸드메이드’라는 이름 앞에 조금 더 각별하고 소중한 물건이었으면 한다. 공예라는 곳에 발을 담게 되고, 관련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핸드메이드’라는 이름이 그렇게 가치 있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다이소에 가면 천원, 이천원이면 살 것을 ‘핸드메이드’라는 이름이 붙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 그 안에 담긴 노력이나 정성은 생각지 않고 그저 ‘비싸다’라는 인식 때문이다. 공예를 하는 나조차도 다른 공예작품을 사려고 할 때는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더해서 나도 이 길을 계속해서 걸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나의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갈 길이 멀고 험하지만, 사실 앞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또 이렇게 마음먹었으니 나와 뜻이 같은 누군가들의 힘이 합쳐지면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