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단과 부자재를 삽니다만...
쇼핑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믿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겠지? 나도 물론 좋아한다. 옷, 가방. 책 등등 종목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그중에 제일은 원단이라! 재봉틀 돌리는 사람이니 나는 원단쇼핑을 제일 좋아한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음은 물론이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원단을 만져보고 느껴보고 사면 제일 좋지만 방문하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온라인 쇼핑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오프라인 매장이 많이 줄어 주변에 많지 않아 쇼핑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온라인 쇼핑은 오히려 행운이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누가 간섭도 하지 않으니 마음껏 장바구니에 담고 빼고 비교하며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단쇼핑의 생명은 역시나 ‘이 원단으로는 뭘 만들지?’라는 목적의식과 ‘이 원단과 저원단의 배색은 어울리나?’하는 조화로움이다. 보너스 스테이지 같은 부자재 쇼핑까지 더해지면 완벽한 마무리라 할 수 있다.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원단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머릿속으로 매칭해보기도 하고, 가격을 계산하고, ‘아차차 몇 백원 차이로 배송비가 붙다니...’ 하는 핑계로 또 다른 원단이나 부자재를 찾아서 쇼핑을 나선다. 시간가는 줄 모르는 나만의 원단쇼핑은 봉틀러 에게는 최고의 힐링시간 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힐링은 아니다.
막상 원단을 사려고하면 무엇을 사야할지 막막해진다. 종류는 어찌나 다양한지, 면, 마, 폴리에스터, 옥스포드, 캔버스, 20수, 30수....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렇게나 다양한 종류를 쇼핑몰 카테고리에서는 야무지게도 나누고 정리해서 올려준다. 원단만 올려주면 고르기 어려우니 가방, 옷, 소품 등 갖가지 작품들로 “이 원단으로 이렇게나 만들 수 있답니다”하고 한 눈에 보여주며 유혹한다. 원단의 재질을 화면상에 되도록 가득 담으려고 노력한 근접사진, 그리고 쇼핑몰 주인장의 친절한 설명까지 더해지면 선택은 조금 수월해진다. ‘이 원단이면 나도 이렇게 만들 수 있단 말이지?’라는 상상에 주문까지 이어지고 막상 도착해서 만들면 상상만큼 완벽하진 않을 때도 있지만 ‘또 하면 되지. 다시 해보자’라는 오기가 생기기도 한다.
원단만 다양할까? 부자재의 세계는 더 심오하다. 원단만 가지고는 완성도 있는 작품이 탄생하기 어렵다. 가방을 만들려면 최소한 가방끈은 필요하고, 옷을 만들려면 단추나 지퍼가 필요하기 마련... 이런 것들이 모두 부자재로 분류되어 판매되고 있다. 기초부자재, 장식부자재로 나뉘지만 그 안에는 종류도 모양도 색깔도 크기도 가지각색이다. 부자재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 때문에 선택에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원단의 배색만큼 중요한 것이 부자재의 조화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장바구니에 담긴 부자재들을 이리저리 째려보며 머릿속으로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가며 쇼핑을 해야 한다.
이렇게 원단과 부자재 쇼핑은 생각보다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고 기초 지식도 필요하다. 원단과 부자재 이름을 알아야 일단 구매가 가능하다. 이것저것 사보고 조합해서 만들어보며 경험치가 누적되어야 쇼핑이 조금 자유로워진다. 그제서야 진정한 힐링 쇼핑이 가능한 것이다.
소잉강사로 여러 수강생 분들을 만나다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런 것(원단, 부자재)도 인터넷에 팔아요? 어디서 사요?”
“선생님, 이거 이름이 뭐에요? 뭐라고 해야 살 수 있어요?”
전혀 경험이 없고 지식이 없으면 어려운 쇼핑이 원단과 부자재 쇼핑이라는 걸, 수강생 분들의 질문을 통해 새삼 깨닫곤 한다. 나는 홀로 이리저리 부딪히고 깨지며 배운 것들이지만, 이 분들께는 그런 시행착오 없이 안내 해 드리는 것이 나의 또 다른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여전히 나도 접해보지 못한 원단도 부자재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초보시절보다는 여유가 생겼으니 오늘도 또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으면서 다음의 작품을 상상해본다. 쇼핑하러 가야지. 룰루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