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잉 서적을 봅니다.
책을 좋아한다. 종류도 많고 분야도 다양하고 그래서 봐야 할 것도 많다. 읽는 것도 좋지만 일단 사서 쌓아두는 것도 상당히 즐기는 것 같다. 사서 쌓아두어도 좋으니 책을 사라는 어느 책 속 한 구절을 마음속에 꼭꼭 저장해 두고 있다는 것도 안 비밀. ‘언젠간 보겠지.’ 하면서 책장에 꽂아두고 흐뭇해하는 게 나만은 아닐 거라는 근거 없는 추측을 더해본다. 특히나 ‘언젠간 보겠지.’가 적용되는 나의 1순위 분야는 다름 아닌 소잉 서적이다. 읽는 책도 잘 쌓아두지만 요즘에는 그에 못지않게 소잉 서적을 쌓아두고 있다. 서점에서 휘리릭 넘기다가 ‘이건 사야 해’하면서 샀던 것, 온라인에서 소잉 고수들이 추천한 것, 도서관에서 빌려봤다가 소장가치가 있다고 해서 주문한 것. 이유도 각양각색이지만 그럴싸하기도 하다. 여기에 없는 패턴이 여기에는 있고, 저기에 없는 소잉 꿀팁이 이 책에는 있기 때문이다. 소잉의 분야는 얼마나 다양한가! 소품, 가방, 커튼, 강아지 옷, 아이 옷, 여성 옷, 남성 옷. 분야별로 한 권씩만 산다고 해도 많은데 한 권뿐이겠는가? 또 소잉 서적은 백과사전처럼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보는 목적이 더 큰 책이기 때문에 사고 또 사고 쌓고 또 쌓고 해도 일반 서적보다 죄책감이 덜하기도 하다. 일반 서적들은 책장에 꽂아두고 흐뭇한 한 편, ‘저걸 빨리 읽어야 할 텐데’라는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문득문득 밀려들 때가 있는데 말이다.
오래전, 재봉틀로 소품을 만들다가 자연스럽게 옷 만들기로 관심이 확장돼서 잘 만들 줄도 모르면서 냉큼 샀던 책이 있었다. 패턴은 들어있었지만 지금 보면 설명이 너무 친절하지 못했던 책. 그걸 보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나만의 창의성이 한껏 더해져서 옷을 만들어내긴 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진짜 뭘 모르고 내 맘대로 만들어진 옷. 아무튼 몇 가지를 만들어내고 좋다고 입고 다녔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재봉틀을 돌리면서 느끼는 자기 만족감은 잘하든 못 하든 큰 것 같다.
그러다 취미로 하던 재봉틀을 잠시 잠깐 놓았던 적이 있었다. 일 하느라 바쁘니 취미도 사치라는 생각에 괜히 원단도 정리하고 소잉 서적도 중고서점에 홀랑 팔아버린 것이다. 내내 잊고 있다가 다시 재봉틀을 돌리고 본격적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그 책이 문득문득 그리워졌다. ‘그때 괜히 팔았어.’라는 때 늦은 후회와 함께. 이미 절판되어 이제는 나오지 않는 책이라 더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새로 생긴 중고서점에 방문했다가 발견해 버린 바로 그 책! 표지를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만들었던 어설픈 옷들과, 책 속에 들어있던 옷들의 사진이 내 머릿속을 휘리릭하고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결과는? 자연스럽게 결제까지 마치고 내 손에 들려있는 책.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 설레는 마음으로 뜯어보니 머릿속을 스쳤던 그 사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여전히 친절하지 못한 설명도 함께... 이걸 보고 왕초보였던 내가 어떻게 만들었지? 새삼 신기할 정도로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단순했다. 이제는 제법 옷을 만들 줄 알기 때문에 그 정도 설명만 봐도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말이다. 막상 책을 펼치니 뭐부터 만들까 고민이 된다. 전에 만들었던 걸 다시 만들어볼까, 새로운 걸 만들까. 과거에 만족감은 있었지만 사실 핏이나 완성도가 높지는 않았었다. 뭔가 입어도 편하지가 않았고 어설펐달까? 다시 도전하면 좀 나아지려나 하는 기대감도 생겨난다. 차근차근 도전해봐야겠다. 그리고 다시 만났으니 더 힘껏 사랑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