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과 같은 평범한 수요일 오후 2시,
김쿼카는 감기는 눈꺼풀을 부여잡으며 인입된 메일을 확인하고 있다.
차라리 바쁘면 정신도 없고 시간도 빠르게 가겠지만,
최근 거래처들도 휴강 상태인지 들어오는 일들도 줄어 하루의 시간은 유독 더디게 가고 있었다.
쿼카는 미친 듯이 쏟아지는 졸음과 함께 생각했다.
‘와.. 이렇게 졸릴 수 있나.. 2시밖에 안 됐는데.. 일이나 잔뜩 들어오면 좀 낫으려나.‘
그때 메신저 알림음이 울렸다.
업무 관련 파일을 함께 제작하는 대리님의 연락이었다.
“쥠님, 수정 파일 전달드립니다. 확인 부탁드리며 수정, 보완 부분 체크해서 금요일까지 전달 부탁드려요~“
김쿼카는 “넵 알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답하고 할 일이 생겨 잘 됐다고 느끼며 파일을 열었다. 중간중간 인입된 업무도 처리하며 파일을 체크하고 있는데, 메신저 업무자방에 알림이 떴다. 늘보 과장님의 공유 사항이 올라온 것이었다.
시스템 운영도구 개선 사항에 대한 피드백이나 추가 개선 부분이 있으면 내일까지 전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기에 캘린더 업무 목록에 가볍게 적어놓고 다시 다른 일을 해나갔다.
업무가 조금씩 쌓여가는 걸 보자, 쿼카는 어딘가 쎄한 기운을 느꼈다. 동시에 “일이라는 건 조용하다가도 몰려올 땐 홍수처럼 한꺼번에 온다는 것. “이 떠올랐다. 회사 생활 몇 년 끝에 몸으로 터득한 깨달음이었다.
최근 다른 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가 적었던 동물은 설마 이러다 일이 몰려오지 않을까 걱정이 들곤 했었다. 하지만 일이란 건 바쁘기도 하다가 한가할 때도 있다는 것을 김쿼카는 알고 있다. 해서, 스멀스멀 커지는 걱정을 마음 한켠으로 미뤄뒀다.
그렇게 쿼카는 하품도 좀 하고 커피도 쪽쪽 빨아 마시며 한참 느긋하게 일을 처리해 나갔다. 이것도 괜찮다고 느끼던 찰나 메일함 알림이 ‘띠링‘....’띠링‘..’띠링‘ 연달아 울리기 시작했다.
동화 원고 이슈 파일 재확인 건,
긴급 예외 처리건,
수백 회차의 장편 동화 검수건
..
기타 문의 건
평소 잘 들어오지도 않던 일도 스리슬쩍 쌓여갔다. 업무 동창회가 열린 마냥 온갖 일들로 메일함과 업무 연락이 북적였다. 김쿼카는 순식간에 모인 일들에 머리가 새하애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왔다면 반가웠겠지만, 이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쿼카는 옅어지는 정신을 애써 붙잡았다. 오늘 퇴근 후에 친구와의 번개 약속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보리주에 타코를 파는 신상 식당에서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김쿼카는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멈춰서 정신을 놓아버리면 다 끝난다고, 차근차근 서둘러야 한다고 말이다.
고개를 도리도리 하던 동물은 양볼을 작은 손으로 팡팡 두드렸다. 볼이 살짝 불그스레 진 상태로 급한 메신저 연락부터 답장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여유 있는 일, 급한 일을 대략 체크하며 쌓인 일을 하나씩 처리해 갔다. 이 순간에도 밀려오는 일들에 쿼카는 속으로 크게 소리를 지르고 다시 열심히 움직였다.
방 안에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 시계 소리가 삼중주를 이루고, 김쿼카의 고개가 모니터와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 시점에서야 몇 건의 일만 남아있었다.
마지막 건까지 집중하여 처리 후 회신을 보낸 쿼카는 기지개를 켜며 시간을 확인했다.
시계에 보이는 시간은 오후 5시 53분.
여유 있는 일부 업무는 비록 내일로 미뤄뒀지만, 아슬아슬하게 퇴근 전에 급한 일은 모두 끝낸 것이 김쿼카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한껏 올라가 있는 볼따구와 피곤한 눈을 한 채로 동물은 업무 정리를 하며 퇴근을 서둘렀다.
***
그리고 모든 일정이 끝난 밤, 침대에 누워 이날 동물은 다짐했다.
‘한가해도 한가하다고 생각 말자. 또 몰라 어디서 하나 둘 듣고 우르르 몰려올지도.. 일 없을 때는 그냥 즐겨보자고 ‘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