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만의 사무실 출근 날.
그리고 간만에 회사 점심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회식 메뉴는 중국 요리 런치 코스!
둥근 테이블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매장 분위기도 좋고, 메뉴 선정도 만족스러웠지만..
문제는 점심 회식 참석자 중에 프로 수다러가 없다는 것이었다. 평소 같으면 어색함을 못 견디는 누군가 대화거리를 던졌겠지만, 오늘은 그조차도 없었다.
(사실 김쿼카도 어색함 못 견뎌 타입이지만, 다년간의 회사 생활 끝에 ‘아무 말했다가 후회하는 것‘보다 ’ 정적‘이 낫다고 생각하게 된 동물이었다.)
음식이 나와서도 “와, 맛있네요.”“이건 뭘까요?”등의 짧은 대화가 전부였다. 예상보다 꽤 긴 고요가 테이블에 오래 머물렀다.
몇 초, 몇 분쯤 흘렀을까.
오소리 팀장님이 차를 마시던 컵을 내려놓으며 정적을 깼다.
“재택 하고 나서 집안에 더 관심 갖게 되는 것 같지 않아요? 빨래할 때도 더 신경 쓰게 되고 어제는 문득 발매트 디자인도 바꿔볼까 싶더라고요.”
그 말에 맞은 편의 염소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아 맞아요. 집에서는 자고 쉬기 바빴는데 재택 하니까 여기저기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
그 대답으로 물꼬가 트였는지, 여러 동물들이 활발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
피곤하지만 설레는 퇴근길.
지하철 자리에 가까스로 앉은 쿼카는 멍을 때리다 점심시간의 대화가 떠올랐다. ‘재택근무가 집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만든다’는 말이다.
집에서 막 일하기 시작한 무렵이었다면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너무나 이해되는 말이었다.
재택 초반에 김쿼카는 일찍 퇴근하고 평일에는 약속 잡기 바빴었다. 신기하게 퇴근 후 약속은 마치 어딘가 일탈하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모두가 피곤하기에 약속은 주말로 몰렸다. 자연스럽게 그 에너지는 집으로 향했다.
청소라던가, 정리, 커튼/이불과 같은 인테리어에 말이다.
오늘도 쿼카 집 앞에는 각종 인테리어 용품 택배가 문 앞에 쌓여있을 것이다.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주문한 겨울 분위기가 가득한 트리도 곧 도착 예정이었다.
택배를 열어볼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가던 쿼카는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잠시 단잠에 빠졌다.
***
고대하던 주말.
쿼카는 아침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집청소를 시작했다. 겨울 분위기의 집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시킨 각종 용품들이 모두 도착해 있었다.
각종 트리 장식, 붉은색에 금색 레터링이 새겨진 발매트, 극세사 겨울 이불 커버, 장식장 위에 올릴 귀여운 루돌프 등등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김쿼카는 이번 달에 인테리어 용품을 사는 데 쓴 돈 때문에 한 동안 절약 모드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괜찮았다. 오늘 꾸며두면 한 동안은 집에서의 시간이 더 행복하고 좋을 테니 말이다.
쿼카는 부푼 마음으로 생각했다.
‘빨리 집 청소 끝내고 집꾸 해야지! 이쁘게 꾸며서 인증샷도 찍고 기념해서 맛있는 것도 먹을 거야.‘
그러나 정리하고 쓸고 닦다 보니 더러운 곳이 하나씩 계속 눈에 들어왔고, 끝내 마의 구간인 수납장까지 건들게 되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청소는 어느새 1시간.. 2시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재밌던 마음도 어느새 덤덤해지고, 대략 청소가 끝났을 즈음 쿼카는 모든 걸 내팽개치고 침대에 철푸덕 누웠다.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게, 눈을 뜨니 밖은 깜깜해져 있었다.
그렇게 김쿼카의 집꾸는 일요일까지 이어졌다. 동물은 꾸며진 집에 만족했지만, 다음 집꾸는 당분간 없다고 다짐했다.
소소한 에필로그)
며칠 후.
김쿼카는 지난번의 다짐을 잊은 듯 쇼핑 앱을 열어 한참 구경했다. 최근 떨어진 화장실 청소 용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업무 데스크에 둘 키보드 패드도 겨울 버전으로 골라봤다. 쿼카는 짧게 고민하다 결제를 마친 뒤 생각했다.
’ 집에서 오랜 시간 보내는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하겠어. 이건.. 합리적인 소비야!‘
그리고 며칠 뒤, 김쿼카의 집 앞에는 다시 여러 택배가 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