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롱 바이러스의 대대적인 유행이 끝난 지 N년 차.
많은 회사들이 다시 사무실 출근 체제로 돌아갔지만 김쿼카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재택근무 체제를 쭉 유지하고 있다. 쿼카가 주변에 이를 이야기하면 많이 듣는 말들이 있었다.
“와.. 재택이라니 부러워.”
“출퇴근 시간이 없겠는데? 1~2분 컷이라니..”
”집에서 일은 좀 힘들 것 같은데.. 일상이랑 분리도 안될 것 같고. 괜찮아? “
“회사 사람들 안 보고 일하는 거 진짜 부러워! “
..
뭐 등등이 있지만
그중 하나.
“회의는 어떻게 해? 화상 회의로 해..?”
재택근무면 회의를 안 할 것 같다는 말도 종종 듣는데 아쉽게도(?) 김쿼카도 집에서 일을 하며 진행되는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업무 분장이나 이슈 사항 공유, 변동 사항 등 메신저로만 말하기 애매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의 방식은 음성 회의라 비교적 부담은 적었다. 급한 일이 있으면 몰래 다른 업무를 하면서도 회의 참여가 가능해서 집에서의 회의는 무난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평화로운 오후.
식곤증이 찾아와 슬금슬금 쿼카를 꿈의 나라로 이끄려는 때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밀려오는 잠을 쫓기 위해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다 메신저를 열었다. 내일쯤 회사에서 집으로 화상캠이 배송된다는 소식이었다. 그와 동시에 ‘화상캠 배송 기념’으로 다음 주 회의는 화상 회의로 진행된다는 말이 덧붙어 있었다.
김쿼카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스러웠지만 우선은 괜찮았다. 업무 데스크 뒤에 잡동사니는 주말에 치우면 되고 화상 회의는 어색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편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다음 주 일정을 먼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잠이 호다닥 달아난 것에 감사하며 쿼카는 쌓인 업무를 하나씩 처리해 나갔다.
***
며칠 후,
오지 않기를 바랐던, 대망의 첫 화상 회의 날이 밝았다.
김쿼카는 이상하게도 눈이 일찍 떠져 화상캠을 설치해 둔 모니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괜히 의자에 앉아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캠 각도를 조정했다. 뒤쪽 배경이 잡힐 걸 생각해, 남은 자질구리한 물건들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평소 집에서 하던 회의인데, 그저 얼굴을 비춘다는 것만 다를 뿐인데, 쿼카는 이상하리만치 긴장이 됐다.
오늘의 회의 시간은 11시.
김쿼카는 어딘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오전 업무를 시작했다.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 반, 천천히 하고 싶은 마음 반. 두 마음이 공존한 채, 시간은 느린 듯 바쁘게 흘러갔다.
시계 초침이 몇 바퀴를 돌고 회의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와 동시에 메신저에 초대 알람이 울리며 화상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캠이 켜지자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출근 일정이 달라 몇 달 만에 보는 동물도 있어 반가웠다. 그 반가움도 잠시 이번엔 각자의 뒷배경도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배경이 창문, 누군가는 사생활 보호 기능으로 얼굴만 또렷했고, 그중엔 뒤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도 보였다.
“모두들 들어오셨네요! 소리는 잘 들리시나요?”
오소리 팀장님의 질문에 이곳저곳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쿼카도 얼른 ‘네, 잘 들립니다!’ 하고 대답했다. 곧바로 시작되겠거니 했던 회의는 팀장님의 예상치 못한 진행으로, 회의의 방향이 살짝 틀어졌다.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풀어보려는 듯, 팀장님이 요즘 일상 이야기를 물어보셨다. 하지만 모두들 고개만 숙인 채 반응은 없었다. 결국 팀장님은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질문하기 시작했다.
“쿼카 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
갑자기 이름이 들리는 순간, 쿼카는 굳어버렸다. 화면 속 자신의 얼굴이 크게 보이자 더 당황스러웠다.
“아… 저는…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단수단전 됐던 것도 다 고쳐져서, 전기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어요.”
어찌어찌 대답을 마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다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제야 본 회의가 시작됐다.
과장님이 화면을 공유하자, 익숙한 업무 화면이 떴다. 그제야 쿼카는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어진 현황 파일과 관련 시스템 화면을 보며 천천히 관련 사항 공유를 받았다.
마지막 사항까지 들은 뒤 ‘드디어 끝났구나.’ 안도한 순간, 오소리 파트장님이 또 질문을 던졌다. 화상 회의 소감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고 말이다.
‘누가 봐도 불편한 시간 같았는데.. 왜 물어보는 걸까. ‘
라고 생각했지만, 쿼카는 사회생활을 해야 했다. 차마 솔직히 말할 수는 없어 대답을 고민하던 중 쿼카의 차례가 돌아왔다.
“쿼카님은요?”
팀장님의 물음에 김쿼카는 생각하다 느릿하게 대답했다.
“음.. 이렇게 얼굴 보면서 하는 거라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같은 화면을 보면서 꼼꼼히 공유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색다른 시간이었어요. “
동료들의 비슷한 대답이 이어지며, 길게만 느껴졌던 회의가 마침내 끝이 났다. 그리고 김쿼카의 팀에겐, 이 회의가 처음이자 마지막 화상 회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