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 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에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길이 밖으로 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신경림, 길
신경림의 길이라는 시를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시의 모든 내용이 주옥같아서 어느 한 행을 꼽기마저도 힘들다.
이 시를 계속 되뇌니 god의 길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그동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지 확신이 안 설 때가 많았다.
특히 20대 때는 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저 순리에 따르는 대로, 원하지는 않지만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응했다.
나의 목소리를 내야 할 순간에도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니 더 큰 좌절감과 회의감도 많이 들었다.
이 점이 신경림의 시에서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와 일맥상통하다.
그러면서 진짜 세상을 알게 됐다.
이후 내 길을 개척하고자 스스로 발버둥 치고 있었다.
'내가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겠구나. 아니면 여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나를 다잡았다.
나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고 있었다.
"길이 밖으로 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인생이란 온갖 시행착오 끝에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리라.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특히나 내가 겪었던 힘듦과 아픔, 감정에 대해서는 "정말 그 심정 잘 알아. 얼마나 힘들지... (그 길을)"
본인이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상대의 마음을 감히 다 헤아릴 수도 없을뿐더러, 진정한 공감을 해주기 힘들 것이다.
나는 여전히 길이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 길이 고분고분해서 향기가 나는지 그늘을 드리워주는지도 알 수가 없다.
그저 그 길에 살포시 얹어갈 뿐이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정말 맞는지도, 잘한 선택인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묵묵히 걸어가려 한다. 내가 만든 길이 아니기에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