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만남을 기다려.
07-설레는 일이 생기다
너를 보았다.
불안한 듯
두려움 가득한 눈빛
겁에 질린 듯
푹 숙인 고개
너의 모습이었다
만나고 싶었지만
기다려야 했다
2주가 지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너를 만났다.
거부감을 드러내
화들짝 놀랐다.
3일을 참지 못한
내가 문제였다
너는 잘못 없다.
다시 만났다.
눈에는 빛이 났고
입꼬리는 올라가 있다
귀를 쫑긋 세웠고
고개는 당당했다.
씩씩하고 건강했다.
다시 보았다.
점점 밝아지는구나.
나도 행복해지는구나.
무럭무럭 자라거라.
건강하게 자라거라.
오래오래 함께 하자.
새 가족이 생겼어요. 남매를 키우고 있는 막내 언니네 집에 식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이름은 이덕배, 5개월 추정 유기견입니다.
사실 막내 언니는 개를 무서워합니다. 어렸을 때 개에게 물린 적이 있거든요. 큰 상처가 나지는 않았었지만 개라는 존재에 대해 엄청난 공포를 가지게 되었지요. 언니와 함께 걷고 있노라면, 산책하던 온 동네 개들이 언니에게 다가옵니다. 언니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말이죠. 인사를 하고 싶은 맘을 갖고 있는 저는 쳐다봐 주지도 않더라고요. 개들이 뭘 아는 거겠죠? 언니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개들 때문에 괴로워했고요.
그랬던 언니가 반려견을 들이다니요. 정말 놀라웠습니다. 근데 사연이 있더라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고 하죠?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원인은 언니의 아들, 바로 저의 조카 때문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 된 조카는 사춘기가 제대로 오려는지 언니 부부와 갈등이 아주 심했다고 합니다. 연락 두절은 기본이고, 친구들하고 몰려다니며 각종 사고를 치기 직전의 상태였나 봐요. 어르고 달래도 엇나가기만 했고요.
언니 부부는 상의 끝에 조카가 어렸을 때부터 바라고 바라던 반려견을 입양하기로 합니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가족 간에 대화의 물꼬도 트고, 조카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지요. 이왕이면 유기견을 입양해서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 보자 결정하게 되었고요.
저는 추석 당일 덕배를 정식으로 만났습니다. 그전에 만났을 땐 저를 보고 으르렁대고 짖었었는데요.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제시한 '안정기 최소 2주'가 지나서인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라고요. 사실 저 역시 동물을 무서워하는 편인데요. -멀리서 보는 건 정말 좋아합니다만- 덕배만큼은 예외입니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어요. 특히 뒷모습이 여우 같더라고요. 아주 날씬한 여우요.
일단 언니 부부의 바람대로 조카와 대화의 물꼬는 확실히 트였다고 해요. 덕배 일로 상의할 일도 많아졌고요. 역할을 분담하면서 함께 덕배를 잘 돌보고 있다고 하네요. 아직까지는요!
무슨 연유로 덕배가 유기견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종종 언니네 가서 덕배에게 사랑 듬뿍 주고 오려고 합니다. 아주 가끔은 덕배 이야기가 제 브런치 스토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을까 조심스레 상상도 해 봅니다.
유기견을 입양하려면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네요. 반려견 입양 교육 동영상도 시청해야 하고, 무슨 시험도 본다던데요. 근데 이런 질문이 있었다고 해요.
만약 입양견을 키우지 못할 상황이 생기면 대신 키워줄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이 누구인가요?
조카가 쓴 답
막내이모는 저입니다만!
저와는 협의하지 않은 부분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