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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께 Oct 07. 2024

바다는 그것을 한다

- 독서일기 & 교사일기

바다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든 정복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바다 저편에 당도하기 위해 배에 오르는 사람이 있고 거기에 무엇이 있을지 가만히 상상하는 사람도 있다. 바닷속에 사는 존재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용감하게 뛰어드는 사람이 있고 그곳을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사람도 있다. 바다는 말없이 흐른다. 사람의 마음이 욕망으로 변할 때도, 그 욕망이 바다 이곳저곳을 가차 없이 헤집을 때도, 바다는 제 할 일을 한다. 뭍 가까이 밀려왔다가 미런 없이 떠나간다.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고 흐르는 일, 바다는 그것을 한다.
- 오은, '초록을 입고'




직업병일까.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들으며 자꾸만 학생들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되는 건.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난 어떤 사람일까 생각했다. 바다를 건너기 위해 애쓰는 사람일까, 그저 가만히 건너편의 무언가를 상상하는 사람일까.

1월이 되면 1년 동안 함께했던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3월이 되면 새로운 아이들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온다. 모래사장에 적어둔 내 이름은 파도가 쓸어간다. 그렇게 나는 지워지고 완전히 잊혀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알게 됐다. 내 이름은 지워진 게 아니라 바다에 녹아 있다는 걸. 바다는 말없이 그 자리에 있다. 나도, 아이들도 이 자리에 있다.

정승환의 '목소리'라는 노래의 1절에는
"나는 너에게 잊혀질 작은 목소리 하나"
라는 가사가 나오고, 2절엔
"나는 너에게 기억될 작은 이야기 하나"
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잊혀지기도, 기억되기도 하면서, 하지만 완전히 잊지는 않은 채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추억한다.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

나는 그것을 한다.


#초록을입고 #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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