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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08. 2024

나도 언젠가는 언니처럼 잘 살고 싶어요 / 친족 성폭력

시사IN / 심리학관

전국에 네 곳.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이 머무를 수 있는 특별지원시설(특별시설)의 전체 개수다. 2010년에 경북과 경남, 2014년에 경기와 대전 지역 특별시설이 문을 열었다. 한 시설당 10-15명이 거주하고 있다.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주소는 '비공개'다.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이 원하면 성인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지낼수 있다. 경남과 경북에 있는 시설은 성인이 된 피해자가 바로 시설을 떠나지 않고 자립을 준비할수 있도록 자립지원 공동생활시설도 함께 운영한다. 아동학대 가운데서도 성폭력, 그것도 가까운 가족에게서 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위한 시설은 그 개수만큼이나 정부 지원과 관심이 미약하다. 종사자의 업무 강도는 높아지는데 예산은 오히려 깎이고 있다. 성인이 된 피해아동을 도와주는 지원망도 미비하다.


Q. 가정 내에서 친족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 아동을 의무적으로 시설에 입소시켜야 할까?


A. 지은진(경남 지역 시설 원장)

어느 사건에서든 가해자가 떠나고 피해자가 남아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친족 성폭력은 특성이 다르다. 가해자가 구속됐어도 비가해자인 친족, 이를테면 엄마나 할머니나 고모가 집에 남아 있는 아이에게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한다.


"아빠가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예쁘다고 좀 툭툭 친 거 가지고

내 아들을 콩밥 먹이느냐" 등등.


그렇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아이는 가족들이 이렇게 울고불고 비는데 진술 철회를 하지 않는, 아니 도저히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을 또 자책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2차 가해를 하는 친족들을 다 내보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 아동이 시설로 옮겨오는 수밖에 없다.


A. 김옥분(경북 지역 시설 원장)

처음 여기 시설에 오면 아무도 안 믿는다. 자기 엄마 아빠도 못 믿는데 누굴 믿을 수 있겠나.


나중에 '여기서 살기로 언제 결심했어?' 물어보면 같이 사는 언니들을 보면서 '나도 저 언니처럼 언젠가는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라고 대답한다.


일곱 살 아이한테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보면 직업을 말하는 게 아니라 'OO언니'라고 대답한다.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는 것 자체로 치료가 된다.


A. 최은경(대전 지역 시설 원장)

자립하고 나서 언제가 제일 힘들었느냐고 물어보면 다들 똑같이 대답한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잘 자'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라고. 그러다 자해를 해서 병원에 실려 갔는데 연락할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면 더 무너진다.


성인이 됐다고는 하지만 외로움이든 뭐든 '이러다 정말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때 옆에 사람이 누구라도 있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진짜 한 명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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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젠가는 언니처럼 잘 살고 싶어요>

나경희 기자님

시사IN / 2024.08.27 / p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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