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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10. 2024

이생망 : 이번 생은 망했다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심리학관

<승자독식 사회에서 small trauma에 시달리다>

* 여러 중첩된 사회적 위기 :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불완전 고용, 복지의 사각지대, 높은 격차, 부족한 신뢰 및 사회자본, 빠른 산업구조의 변동 등등등

* 이전보다 더 심해진 세대 간의 소통 단절과 부딪힘

-> Small Trauma : 자연재해나 큰 사건과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가 아닌, 대인관계로부터 비롯되는 작지만 축적되는 트라우마


<그 많은 아이들이 '이생망 : 이번 생은 망했어요'라고 하는 이유>

* 아이들을 옥죄는 우리 사회의 성공 법칙

(1) 획일성 :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원하는 목표, 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성공의 법칙이 획일적임

* 공부 잘하기

* 다른 것을 특별하게 잘하기(김연아, 박지성, 손흥민 수준으로)

* 좋은 대학과 직장 가기

* 권력이나 자본에 기대어 돈 많이 벌어서(부동산, 주식) 걱정 없이 살기

-> 우리 사회에서는 공부 말고 다른 세상의 다양한 일들을 잘하는 것이 인정되지 않음


(2) 능력주의 : 획일적 기준 하에 우수한 결과를 낼 능력이 없다면 이 사회는 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음

* 특정한 능력의 영역에서 기본이나 평균에 도달하지 못하면 제거되거나 제외되어야 한다

-> 아이들의 욕, 친구들에 대한 비난 : 바로 이 능력의 미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


(3) 혹독한 경쟁 : 강력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고, 경쟁의 결과에 따라 가치가 결정됨

* 아이들의 경쟁은 더 하향 연령화되었고, 더 교묘하고 정교화되었음

-> 이 경쟁에서는 패자부활도 어렵고 재기도 어려움

-> 경쟁에서 밀리면 당연히 '이생망'임


(4) 비교와 서열 : 아이들은 비교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고, 비교하는 부모의 발언에 대해 발작을 일으킴

-> 하지만 어른들은 경쟁의 결과로 얻어지는 서열을 전후좌우로 비교하기를 마다하지 않음

-> 비교행위는 아이들의 수치심을 강화 / 서열에 대한 민감함을 일으킴 / 이생망에 대한 확증을 제시함


(5) 혐오감 : 획일적 기준으로 능력에 의해 경쟁체제에서 승리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것

* 어른들과 잘하는 아이들이 내뿜는 혐오감이 가정, 학교, 학원에서 공기 안에 배어 있을만큼 팽배함

-> '식충이'부터 '멍충이'에 이르기까지, '잘하지 못하는 아이'를 견뎌주지 못하는 아이들 문화가 그득함


* 예전보다 패배로 인한 혐오감을 일찍 접하기 시작하므로, 아이들이 더 일찍 이 체제에서 도망가기 시작함

-> 다양한 문제행동이라고 부르는 일들이 더 어린 연령에서 시작됨

-> 자신들이 받은 혐오감을 되돌려주고 싶어서 일베나 혐오사이트를 맴돌기도


<'이생망'의 시작은 어른이었다>

* 아이들이 처음부터 스스로 '이생망'을 외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 아님


"네 싹수가 노랗다. 네 인생은 글러먹었다. 네 인생은 망한 것 같다"

"아직 그런 문제도 풀지 못하다니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한거냐?"

"아무래도 넌 이번 생애에는 안될 것 같다. 다 때려치워라"


<이생망의 고통에 대한 6가지 방어>

(1) 첫번째 방어 : 순응하는 삶

*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부모나 학교에서 원하는 것에 최대한 맞추고,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인 양 노력하고, 부모라는 방패 아래서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로 함

-> 부모가 제공하는 안전과 부모의 것을 물려받거나 전수받을 날을 기다리며 살아감

-> 최대한 모든 시늉을 다해 순응함 (모멸을 받는다 하더라도)


(2) 두번째 방어 : 무기력하게 지내는 삶

* 세상의 많은 아이들이 각기 다른 여러 재주를 타고났는데, 그중에 한가지 재주 쓰는 아이들만 잘한다고 하고, 또 그 재주 말고 다른 재주는 절대 쓰지 말라고 하면, 나머지 재주꾼들은 구경이나 하고 뒹굴뒹굴하면서 재주를 썩히며 낮잠이나 자는 수밖에 없음

* 기력을 내서 할 일이 없으니까, 할 일 없이 지내고 있는데, 어른들이 그것을 '무기력'이라고 하는 것뿐


(3) 세번째 방어 : 자해하는 삶

* '이번 생이 망했다'라고 직접 말하는 가장 큰 집단

: 손목 긋기, 허벅지 긋기, 사혈, 약물 과다 복용 등으로 자해하는 아이들

-> "이 망한 삶을 살면서, 자해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겠는가"


(자해의 이유)

*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원하지 않는 삶을 사는 자기 자신을 처벌하는 의미로

*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 망해가는 삶 속에서 정신을 차려야 하기에

* 잠시나마 고통을 치환해주니까

* 타인에게 고통을 알리려고

* 비슷한 친구들끼리 연대하면서 위로하려고


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망가뜨려가면서, 이 생애의 부당한 삶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자해한다고 혼내고 이를 금지하는 일에 매달리면서도 자해하는 그 기저에 있는 좌절을 알아주지 못하면 아이들은 더 큰 결심을 할 것입니다.


(4) 네번째 방어 : 중독되어 사는 삶

*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 : 아이들은 세상과 해리되어 지내다가, 육체에 어쩔 수 없이 채워야 하는 기름을 채워넣기 위해 세상으로 돌아온다는 태도임

-> 게임과 같은 다른 세상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현실 안에서 이 사회의 삶을 산다면, 자신의 이번 생애가 망했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임


(5) 다섯번째 방어 : 은둔하는 삶

* 방문을 잠그고 지내는 아이들부터, 거실에 나와 지내기는 하지만 좀처럼 현관밖을 나가지 않는 아이들까지 그 양태는 다양함

* 은둔 :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방문을 잠근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

-> "세상과 사람이 안전하지 않다.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갈 에너지가 없다. 도무지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

-> 스스로 사회적 존재로서의 사망을 선언하는 것 : 이번 생에 남과 어울려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6) 여섯번째 방어 : 비행을 일삼는 삶

* 기대 포기형 비행 : 부모가 보라는 듯이 비행을 저지르고, 부모가 포기하기를 바라며 그대로 부모가 포기하지 않으면 또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

* 부모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기쁨을 안겨줄 그런 행동을 하기는 틀렸다고 느낌

-> 이번 생애는 망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부모와 선생님들의 기대는 사양하고 싶다고 함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저자 :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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