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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 May 08. 2024

공감각적 힐링템

인센스가 타는 모습을 지켜본 적 있으세요?

저희 동네 번화가 향초 가게 앞에는 엄청 강한 향의 인센스나 콘 향이 항상 타고 있어요.

제가 사기엔 좀 아까운데 한 번 써보고 싶더라고요. 그런 물건이 선물로 제격이잖아요. 재작년 생일에 친구가 뭐 받고 싶은 선물이 있냐고 묻길래 냉큼 인센스를 골랐습니다.

향초 가게 마케팅의 승리인데 정작 그 가게 매출엔 도움이 되지 않았네요.


편백향을 골랐음에도 기대보다 제사 느낌 물씬이라 자주 이용하진 않고 있어요. 본의 아니게 아주 아껴 쓰는 셈입니다. 주로 음식 냄새를 덮을 때 창문 활짝 열어놓고 인센스와 초까지 풀가동합니다.

비흡연가인 법정 스님이 폐암으로 돌아가신 게 아침 공복 찬물 때문이니,  때문이니 하는 말도 있어서 쫄...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사소한 일로 남편과 다툰 뒤 인센스 타는 모습을 쳐다보며 앉아있었던 적이 있어요. 만사가 귀찮기도 했고 차분히 마음을 좀 가라앉힐 겸 향멍을 때린 거죠.

연기가 너울너울 춤추듯 움직이면서 곡선을 그리는데 그게 또 힐링이 되더라고요. 학교에서 배울 때 나왔던 '공감각적 심상'이 생각났어요. 향이 강하니까 코로만 느끼는 알았는데 시각적으로 즐기기에도 훌륭하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여가> 시구가 떠오르면서 부부싸움이 무슨 소용이랴 싶고요.

그걸 또 찍어보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사진에 담기지 않아 아쉬워하는 제 모양새가 어처구니없어서 웃고 말았습니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상처받을 수 있듯, 치유도 마찬가지네요. 멀리 여행을 가는 등의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기분 풀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알면 삶이 더 윤택해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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