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총이와 이프니의 지구별 여행
제주 시골 바닷가의 댕댕이와 양양이의 소확행 171- 아니랑개
야옹!
보스야. 내가 새잡아서 주니까 기분이 어때?
멍!
아구구 캬캬캬
야 보스는 먹지도 않는 새를 주니까 뭐 가 좋겠냐
하하하
아니 난 좋은데.
비록 내가 먹지는 못하지만, 이프니가 날 위해서 뭔가를 해준다는 것이 고맙잖아.
야옹!
역시 보스는 우리 지구별 여행 팀에 합류할 자격이 있어.
사소한 것이지만 감사하지 않으면, 여행이 재미가 없고 불만이 가득 생기거든.
요즘 비가 많이 와서 사냥을 하기가 어렵지만, 나는 불만 없어.
비가 오면 물이 생기고, 그래서 내가 목마르지 않게 되니까, 좀 불편해도 감사한 일이잖아.
멍!
도대체 넌 고양이가 왜 자꾸 선을 넘는지 모르겠다니까.
말을 해도 꼭 맞는 말만 하잖아.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면 불만이 생기고, 그럼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이해심이 부족하면 어찌 되는데?
야옹!
이해심이 부족하면 어떤 존재와도 공존하기가 어려워져.
동일 종족이라 해도 "도대체 저 존재는 왜 저러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라는 생각이 뇌의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자리를 차지하면, 이해심이 부족하게 돼.
만나는 사람마다 단점만 보이고, 말하다가 서로 다투고, 그냥 싫어지고, 잘난 내가 너를 꼭 만나야 될 필요는 없지 하고 생각이 들 거야.
그럼 결국은 혼자가 편하다는 자기 합리화를 한 다음에 고독한 여행을 하게 될 거야.
물론 혼자가 편하긴 하지만, 지구별 여행에서 도움 주고 도움받고 하는 여행자 역할을 포기하는 거야.
지구에 올 때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하는 미션을 받았기 때문에, 다음 별로 갈 때 숙제 검사에서 통과를 못하게 되는 거야.
멍!
난 고독하지 않으니까 이해심이 있다는 증명이 된 셈이네.
이프니랑 같이 놀아주는 숙제도 하고.
아구구 캬캬캬
그럼 사랑이 부족하면 어떤데?
야옹!
그건 지구별 여행을 완전히 망치는 거야.
다른 존재를 사랑할 수 없으면, 결국은 자신도 사랑받기 힘들어지고 시들시들하게 살다 가는 거지.
사랑은 가장 큰 정신의 양식이거든.
다른 존재들에게 사랑을 많이 줄 수 있다는 것은 내 사랑 그릇이 크다는 거야. 곧 사랑 그릇이 비워지면 다시 다른 존재들이 주는 사랑으로 채워지거든.
멍!
그럼 난 사랑 그릇도 내 밥그릇만큼이나 큰 게 맞는구먼.
난 시들시들할 시간이 없거든.
야옹!
총총 온니는 동네방네 소문났어.
사랑둥이 개라고.
다들 쓰담쓰담해주잖아.
그런데 개는 개야, 뇌 속에 순간 공격성이라는 게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뛰쳐나오기도 하니까 항상 깨어 있어야 해.
많이 받았던 사랑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거든.
멍!
아 글쿠나.
어쩐지 뭔가를 물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릴 때가 있더라고.
난 통나무 물어뜯고 나면 근질이가 사라지더라고.
내가 나를 알면 관리는 가능한 거 같아.
근질거리면 미루지 말고 막대기 물고 장난하면, 근질이가 쌓이지 않고 바로바로 풀릴 거야.
하하하
역시 총총이는 자기 자신을 아는 개가 맞구나.
우리 두발족도 "너 자신을 알라!" 하는 말을 의식하고 있으면, 다른 존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거 같아.
야옹!
오 그거 쉽지 않은데... 보스는 자신을 어찌 아는데?
하하
난 인간이니까 죽는다.
모든 존재는 어떤 면에서는 다 나의 스승이다.
내 생각이 다 옳은 것 은 아니다.
내가 특별하지도, 좋지도, 똑똑하지도, 중요하지도, 많이 아는 것도, 뭔가를 다 잘하지도 않는다 는 것을 의식하면서 생활하려고 노력하지.
그런데 이런 사실을 가끔은 깜박하고 행동하니까, 기억력이 좋지도 않은 것도 알고 있어.
깜빡 잊고 행동하면 바로 사과하고,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반성하는 것이 반복되니까 나쁜 놈은 아닌 거 같은데 똑똑하지는 않은 거 같아.
멍!
아구구 캬캬캬
보스도 참 복잡하네.
진화를 덜 해서 그래.
우리처럼 진화하면 심플하게 되니, 실망하지 말고 좀 더 기다려봐.
지구별 여행은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공이 올라가니까 걱정 말고.
아무거나 골고루 잘 먹고, 잘 뛰고, 푹 잘자면 다 이루어지는 거야.
야옹!
미야우 끼끼끼
온니는 역시 보통 개가 아니야.
멍!
아니랑 개
야옹!
뭐? 아니랑 개라고?
그게 무슨 개인데?
미야우 끼끼끼
하하하
역시 총총이는 겸손해
겸손이 부족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야옹!
말이 많아지지.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잘 나서게 돼.
지구별의 어떤 존재도 다 유한한 생명체로 비슷한데, 그걸 잊고 자기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착각해.
착각 속에서 나오는 행동은 엄청나게 해로운 것들이 많아.
집단적으로 겸손이 결여되면 다른 존재를 죽이려고 떼거지로 달려들어.
그것이 곧 전쟁이라는 거잖아.
여러 존재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거야.
멍!
아 그렇구나.
그럼 인사성이 부족하면?
야옹!
주변 존재들이 싸가지 없다고 평가를 하게 될걸
멍!
평화로운 마음이 부족하면?
야옹!
마음이 출렁거려서 편안하지가 않아.
평온한 마음이 있어야 평온한 생각을 가지게 되어서, 다른 존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거야.
평온하지 않으면 혼란스럽게 되어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스스로 자폭할 거야.
하하
무섭다.
그럼 건강이 부족하면?
야옹!
그건 지구별 여행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 거야
"돈을 잃으면 조금, 명예를 잃으면 많이,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라는 소리가 돌아다니잖아.
멍!
그럼 우리 지구별여행팀은 항상 감사하고, 평화를 지향하고,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겸손하게, 다른 존재들도 이해하면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야옹!
미야우 끼끼끼
아니랑 개가 정리를 잘하는 개의 의미인가?
멍!
아구구 캬캬캬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