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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Mar 12. 2023

글은 쓴다고?

제주 시골 바닷가의 댕댕이 1. 양양이 1. 인간족 1 이 서식하는 곳.

야옹!

하하가 오늘은 서식지에서 나오질 않네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걸까?


멍멍!

내가 창문으로 보니까 뭘 두드리더라고.

예전에 들었는데 인간족들이 사용하는 도구로 글을 쓴다고 하는 거 같더라고.


야옹!

아구구 캬캬캬

역시 진화가 덜 된 종족들이야.

아직도 글을 가지고 뭔가를 하다니.

지금이 언젠데... 캬캬캬


멍멍!

마자. 아직도 우주인과 소통을 못하니까 할 수 없지 뭐.

그냥 놔두자고.


하하!

야들아. 너네는 글을 안 쓰니까 좋아?


멍멍!

당근이지.

지구별여행이 얼마나 짧은데 쓸데없는 짓을 하면서 보내냐고.

그럴 시간 있으면 햇빛아래서 잠을 더 자야지.

하하는 우리와 텔파시로 통하니까 말해주는 거야.

지구별 시간 사용을 잘하라고.

언제 갈지도 모르면서 안 갈 줄 알고 준비만 하는 인간족들이 좀 가엾기는 해.

그런데 도대체 글은 왜 쓰는데?


하하!

그러게.

지구별에 와보니 인간족들이 다들 쓰더라고.

그런데 어떤 글은 상큼하고 기분을 좋게 하기도 해.

어떤 글은 다른 글을 읽고 나서 조금씩 뜯어서 붙인 거도 있고, 다른 인간족들이 쓴 거를 자기 거라고 우기는 존재도 있고, 글을 써서 돈을 벌려고 하는 존재들도 많아.


야옹!

글을 써서 돈을 번다고? 그럼 글 쓰면 우리가 먹는 식량이 생기는 거네.


하하!

아니 난 글 써서 돈 벌어 본 적은 없는 거 같고, 그냥 너네들과 함께한 지구별에 기억을 남기려고 하는 거야.

돈을 버는 글은, 잘난 존재들이 자기가 그 분야에 아주 잘 안다고 하면서, 다른 존재들에게 한 마디씩 가르쳐주는 거 더라고.

어떤 글에는 겸손해야 한다고 해놓고, 글을 써서 남들에게 자기의 존재를 알리려고 하는 거니, 결국은 본인 스스로는 겸손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멍멍!

그럼 하하도 잘났다고 알리려고 글 쓰는 거 아냐?


야옹!

총총 온니 말 함부로 하지 마, 혹시 우리 간식도 하하가 글 써서 나올 수도 있잖아.

인간족들 생각도 해줘야 되지 않겠어?


하하!

크크크 캬캬캬

야들아 난 글 써서 돈 벌긴 글렀어.

책을 많이 읽으면서, 맘에 드는 것을 골라서 따로 적어놨다가, 자기 글을 쓸 때 활용해야 글로 돈을 벌 수 있는 거 같아.

난 그런 거를 못하잖아.

시도는 해 봤는데 안되더라고, 시간이 아까워.

난 추수가 끝난 귤밭에 쪼그리고 다니면서 녹색 속에 어쩌다 보이는 주황색 탱탱귤을 따먹는 시간을 보내잖아.

돈을 모으느라 시간을 보내고, 모은 돈으로 식당 음식을 마구마구 먹는 거보다, 들판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야생 채소를 따오고,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그날 먹을 미역, 해삼, 물고기등을 조금만 챙겨 오는 게 좋더라고.


야옹!

그 말도 일리는 있네.

그런데 매일매일 먹거리를 그렇게 챙기는 거야?


하하!

아니야.

내가 사막에서 있던 이야기를 하면, 어떤 존재들은 내가 사막에 사는 줄 알아.

그냥 잠시 했던 경험 일 뿐이야.

좋은 글을 써놓은 존재도 그냥 잠시 생각이거나, 당시에 하던 거야.

자기가 한 말을 지구별여행 내내 지속하면서,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거 같아.

우리 지구별여행 중 가장 재미난 것은 변화라는 거잖아.


멍멍!

아구구 캬캬캬

그런데 도대체 결론이 뭐야?


야옹!

지구별여행에 필요한 만큼의 먹거리를 먹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라는 거 아니겠어?


하하!

역시 이프니는 똑고야.

영원히 지구에 남을 줄 알고, 계속 뭔가를 쌓아가는 일만 하다 보면, 그게 곧 의미가 되고 재미가 되어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경우가 있잖아.


멍멍!

맞아. 지구별에서는 재미없는 일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그게 잘되고 재미난 일이 되는 마술이 걸려 있는 거 같아.

그래서 나도 땅에 누워서 생각의 잠 놀이를 계속하고 있는 거 같아.


야옹!

총총 온니는 꼭 자기를 아는 개 같아.


멍멍!

난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개라니까.


하하!

야옹!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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