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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May 02. 2024

세 사람이 모이면 그룹이 된다.

코치의 일주일

반응이 없으면 좌절하는 날들에 대해


IDGs 아시아 네트워크의 운영진 모임이 있었다. 지난 회의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이번 주에 있을 회의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는데 지난 시간 피드백을 하는 도중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달에는 네트워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참여자 수가 저조했고, 이게 마음에 걸린다는 것. 때마침 그룹의 리더인 노엘의 부재가 있었기에 그런 영향이 아니었겠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가 무언가 잘못 가고 있나?' '운영진이 다른 멤버들의 마음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와 같은 걱정과 우려가 들려왔다. 


지난 모임 때 나는 네팔의 호텔 로비에서 참석했는데 엄청난 소음과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마음을 내서 그 자리에 참여한 상황이었다. 사실 참여자 수와 상관없이, 오히려 조금 더 작은 규모였기에 서로 굉장히 친밀하게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 누군가는 어릴 적 자신의 아이와 같은 모습을 꺼내 노래를 불렀다. 그 시간이 참 좋아서 어려운 환경에서 참여한 게 아깝지 않을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참여자 수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깊은 연결감을 만들어낸 것과 반대로, 누군가는 참여인원이라는 숫자로 실망을 하고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때 한 멤버가 지난달 모임의 연사였던 푸자가 나눈 내용을 공유했다. '세 사람이 모이면 그룹이라는 것.' 13년간 인도 푸네에서 The Kindness Club을 운영했고 지금은 꽤 많은 멤버들이 있지만 단 세 사람이 모여도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모임을 열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없으면, 무언가 게시물을 올렸는데 좋아요 수가 많지 않으면, 우리는 실망을 하게 된다. 몇 번의 시도 후 반응이 좋지 않으면 동력을 잃어 그만두게 될 때도 많다. 아니면 여기에 대한 부담감이나 두려움이 커져 아예 시작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어차피 해봐야 사람들이 안 볼 텐데'와 같은 마음들 말이다.



나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마침 이번주에 있는 IDGs 한국 허브의 모임을 준비하며 비슷한 상황과 마주했다. 함께 하는 다른 두 명의 운영진의 부재. 각자 해외 체류 일정과 지방 출장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전날까지 참여자의 숫자도 많지 않았다. 이렇게 인원이 적으면 취소를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아주 잠시 들었지만 매달 해나가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세 사람이 모이면 그룹이라는 푸자의 말이 귓가에 들려서였을까. 그냥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상하게도 약속된 장소로 가는 길에 몸은 꽤나 피곤했는데 가는 길에 그런 생각을 했다. 오늘 오는 분들을 진심으로 만나야겠다고. 그저 솔직하게 만나자고.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러다 보면 깊게 만나지겠지.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나 처음 오시는 분들이었는데 인원이 너무 적어 실망하면 어쩌지 싶은 마음. 나는 누군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하는구나. 그런 두려움이 있었구나.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그날의 만남은 너무도 즐거웠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각자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내어 한 자리에 모였음을 알게 되었다. IDGs에 대한 내용과 스웨덴에 다녀온 이야기를 호기심을 가득 가지고 질문해 주고 귀 기울여주었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고, 앞으로의 기대도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이렇게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대화를 나누는 그 시간이, 그 마음이 참 귀하고 고마웠다. 



코칭의 힘을 느끼며 


다음 날은 예정된 코칭을 진행했는데 코칭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지난 코칭 세션이 있은 후 한 달. 지난 세션이 끝난 바로 다음 날, 나는 예정된 일정이었던 네팔로 향했다. 네팔에서 체류 마지막 날에 우연히 들른 기념품 가게에서 한 소품을 발견했다. 고객이 코칭을 통해 찾은 메타포와 색깔까지 꼭 닮은 소품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소품을 사서 한국에 와서 택배로 보내드렸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 하셨다. 마치 부적처럼 그 소품을 가방에 늘 달고 다니셨다고 한다. 코칭을 통해 삶의 목적을 찾고 의도를 세우고 난 후 한 달. 그 시간 사이 고객은 우선순위에 맞춰 삶을 정렬해 나갔다. 용기 있게 수많은 실행을 해낸 고객님을 응원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렇게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코칭 세션의 끝에 코칭고객인 Y님은 오히려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을 전해주셨다. 코칭을 계속하셨으면 좋겠다고. 코칭을 받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고.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가서 닿았다니 과분하면서도 그 마음이 전해져 감동스러웠다. 


한 주를 돌아봐도 오르내림이 있다. 모임을 열고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다가도 깊은 연결감에 마음이 안도하는 순간들이. 보이지 않은 진심을 꾹꾹 눌러 담는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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