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어짐

by 배지혜

내 나이를 말로 표현하자면 어쭙잖음. 같다.

어디서는 어쭙잖게 어른인 척하는 것 같고 정말 어린 사람들 옆에 가면 어쭙잖게 어린 척하는...

무슨 덜 익은 김치도 아니고.


학생 때 지금 나이 정도 되면 피부도 깨끗하고 통장엔 언제든 뽑을 수 있는 5-600이 있는 줄 알았다. 차는 당연히 몰고 다니고, 엄마 아빠가 갖고 싶어 하는 건 턱, 턱 사주는 사람을 꿈꿔왔는데.

웬걸. 난 아직도 대학교 때 산 뉴발란스 신발을 신고, 책이 가득 들어가는 보부상백을 매며, 마라탕에 꿔바로우를 시킬지 그냥 마라탕만 시킬지를 고민하고 편의점에서 1+1 하는 여드름패치를 심심치 않게 붙이며 여전히 추운 겨울에 20분씩 버스를 기다린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다. 불행히도 나이는 먹었고 돈은 여전히 부족하다.

게다가 예전엔 사는 게 좀 재밌었는데 지금은 재미없는 날이 더 많아지고 있다. 무서운 사실은 내가 사회에 적응하면 할수록 재미없는 날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거다.

세상이 온통 회색빛이 되어가고 있다. 명암과 색조가 옅어지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건조하기만 하다.

a woman at the bus stop.jpg

어디서 재미를 찾아야 하나?


원래. 이런 건가?


어른이란 게 원래 이렇게 별 게 없나.


너무 기대를 한 건지. 내가 기대에 못 미치게 사는 건지.

수능을 볼 때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리를 계속 돌리듯이 나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답을 구하지 못한 채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습게도 시간은 아주 빨리 흐른다. 색은 점점 옅어져만 가고 시간은 흐르고...

음. 이게 어른의 삶이구나.


나는 또 섣불리 답을 내리고 있다. 들어가고 싶은 대학교의 6 지망을 신청하는 것처럼.

아주 섣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