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echless> 디즈니 알라딘, 나의 첫 곡

by 소극적인숙


선생님께 첫 레슨을 받기 전, 몇 가지 곡을 고민했는데 그중에서도 뉴에이지 디즈니 음악이었다.

사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몇 가지 곡을 배우고 싶었지만,

디즈니 OST라는 말에 사실 솔깃했었다.


그중에서도 난이도가 꽤 높고, 리듬이 엇박이 들어가면서도 쉴 틈 없는 곡.

영화 '알라딘' 수록곡 <Speechless>였다.


알라딘 영화는 내게 사연이 깊은 것 중에 하나다.

특히 첫 아이를 출산하고 난 후, 엄마가 되어서 처음으로 본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얼마나 감격스럽고, 육아에서 잠시 해방이 되어 탈출한.

자유부인의 그 사연이 이 영화에 감정이입이 되었던 순간.

나도 모르게 재스민 공주가 부르는 Speechless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억압된 상황이 마치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나와 비슷했다.

세상에 나와서 엄마가 처음 되고, 내 자식이 된 신생아, 이 갓난아기와 사투를 벌였던 날들.

그 시간들이 오버랩이 되었다.


내 안에서 침묵했던 것들이 조금씩 깨지는 것 같았고,

마지막까지 이 영화의 유쾌와 감동 그리고 슬픔이 계속 맴돌고 하니.

이제는 노래까지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거의 몇 달은 개미지옥처럼,

'침묵하지 않아'라는 노래처럼.

속으로 수십 번 Speechless를 따라 불렀다.


그런데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성인이 되어서 처음으로 배운 피아노의 곡이 하필이면 Speechless였다.


그래서 부담감도 느꼈고, 이 곡을 정말 완벽히까지는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완벽히 욕심냈다.

그만큼 이 곡은 '나'.

내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연습에 매진했다.


확실히 레슨을 받을수록 실력도 늘어났고,

개인연습을 하며 미친 듯이 몰입했다.


'안될 줄 알았는데... 어라? 되네?'

'칭찬은 고래도 춤추는 게 한다는데... 이 춤추는 백곰이 되었네?'


이렇게까지 열심히 피아노 연습 하듯이, 공부마저도 더 했으면.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까?

사회에 어느 정도 이바지 할 수 있는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혼자 또 상상을 해봤다.


그래서 결과는?

무사히 어제 리코딩 완료했다.


약 12번의 영상촬영 끝에, 오전에 실패로 끝나서 한 주를 더 미뤄 촬영하기로 했던 일정이.

웬일이지 찜찜했다.

게다가 둘째 딸이랑 나랑 으르렁 거리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결국 그 감정을 피아노에 다 토해내고 싶었는데.

리코딩룸에서 연습을 하고 촬영을 했다.

아니, 해냈다!


완벽한 클린 연주는 아니었지만, 그랜드피아노 앞에서의 떨림을 감추며.

여태까지 연주한 것 중에서 가장, 제일 나았으니깐!

만족한다.


그리고 나도 내 주제를 알아서, 더 이상 좋아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내가 좋아하던 피아노곡이 애증의 곡이 되었지만.

좋아하고 증오하고 분노하고 화가 나는 이 감정은...

정말 한 끗 차이라는 걸 나는 피아노를 통해 오늘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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