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뷔시의 <달빛> 곡을 가장 애정한다.
그렇게 이 곡을 좋아하게 된 지도 약 20년이 흘렀다.
참으로 잔잔하다.
피아노 선율이 조금씩 그림을 그리듯 흘러가는 곡의 매력을...
그 시절에는 잘 몰랐다.
갓 성인이 되었을 때, 그저 박자가 딱딱 들어맞는 고전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 <달빛>이 되었다.
유연하고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이 음들이 매력적이다.
이 곡을 들으면 밤에 산책하는 기분마저 든다.
그리고 도시 속에서 볼 수 있는 빌딩의 야경들 주변을 둘러싼 강가들도 떠오른다.
만약 도시가 아니더라도, 흔한 집 앞이더라도 고요한 밤, 산책길이 생각난다.
누군가와 함께 손을 잡지 않더라도, 나란히 달빛을 쬐며 걷는 걸 상상한다.
그게 가족이든, 연인이든.
집을 떠나 여행지라면 반딧불도 떠올려봤다.
그리고 고요한 정자 아래에 내리쬐는 달빛을 올려다보는 내 모습도 그려봤다.
시원한 밤공기가 살결에 닿는 차가움.
'후우' 하고 불었을 때, 입김을 통해 나오는 몽환적인 풍경까지.
조용함, 고요함이 마음을 시끄럽게 만들고 뜨겁게 만들 때.
이렇듯 내게는 <달빛> 피아노곡이 만들어주는 이미지들이 꽤 많다.
가끔 이 선율이 들려주는 음을 듣다 보면, 난 딸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긴 머릿결을 따라 매일 빗겨주는 머리빗으로, 나만 볼 수 있는 어여쁜 뒷모습을.
딸 대신 엄마인 내가 아이의 정수리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그리고 머릿결까지 다 볼 수 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에 타고 휘감긴다.
아이의 매력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
그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달빛>은 내가 지쳤을 때 들으면, 가장 위로가 되는 곡이기도 했다.
상처 끝에 받은 마음을 집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었을 때.
무작정 밤 길을 나선 적이 있었다.
대부분 카페는 문을 닫았고, 인근에 마지막으로 마감을 하고 있던 곳에 찾아갔었다.
간신히 티백을 우린 차를 주문하고 포장을 하여 공원을 걸었다.
추운 겨울이라 긴 패딩을 입고 있을 때였다.
벤치에 앉아서 그저 밤하늘에 걸린 초승달을 바라봤다.
그 빛이 너무 예쁘고 우아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내가 처한 상황이 딱해서 울었던 것인지, 달빛이 아름다워서 운 것인지.
그때는 아마도 두 가지 상황이 내게 겹쳐서 그랬던 거 같다.
갑자기 밤산책이 하고 싶어진다.
춥지만 그 묘한 매력이 있으니깐.
슬픔도 기쁨도 애잔함도 담아주는 이 곡이 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