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요정과 어부> 나의 두 번째 곡

Anoton Schmoll의 곡 "물의 요정과 어부" 울컥했던 날

by 소극적인숙



첫 레슨을 받은 선곡 이후에 두 번째 곡은 사실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애써 고민 끝에 세 가지 곡을 들려주셨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며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얘기드렸다.


물론 당황하신 선생님의 표정도 잊을 수 없었다.

감히... 내가 그렇게 말씀을 올렸다.


나는 내 속 마음도 잘 말을 못 꺼내는 사람이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런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피아노에는 진심이었던 거 같다.

성인취미인이라서 내 마음 다 드러내고 얘기드리고 싶었다.


무용과는 또 다른 예술 장르.

취미이지만 내게는 또 하나의 예술로 다가왔다.

그리고 피아노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스트레스의 해소 탈출구가 되기도 했다.


아마도 성인 이후에 배우는 피아노가 처음이기에 설렘이 조금 더 앞섰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내가 이만큼 열정을 쏟고 배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면서 이때 아니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더 앞섰다.


돌이켜보면 선생님께 죄송한 일이었다.


지금 이 곡은 내게 너무 마음에 드는 곡 중에 하나다.

이 곡이 만들어진 시대에 대해 들었을 때에도 '그렇구나' 정도였다.


"물의 요정과 어부"의 곡을 연주할 때에는 특히 물결 위에 수채화를 퍼트린 것처럼.

그렇게 피아노를 쳐야 더 아름답다는 곡이라는 점을 설명해 주신 뒤, 나는 연습실에서 홀로 고민을 했다.


유튜브에 올려진 커버 영상들을 보면서 리듬을 타고 따라 쳐보다가 한 음씩 연주했다.

템포는 천천히, 원래의 8분의 6박자보다 훨씬 더 느리게.


닿을 듯, 말 듯 서로 다른 세계에 있는 물의 요정과 어부를 상상하며 연주했다.

인간세상과 다른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존재가 서로 마주쳤을 때.

그 감정과 그리고 그게 '물'이라는 매개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이 곡이 참 슬프게도 들렸다.

마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같기도 했다.

주인공이 왕자를 보고 첫눈에 반해 인어공주에서 인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

결국 인간이 되었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도 잃고 물거품이 돼버린 이야기.


어부는 물의 요정을 잡다가 자칫 잘못하면 위험한 순간이 오며 물에 빠진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물은 순환이 되기 때문에 아래에서 위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이 점은 내가 아들이랑 과학책을 보면서 같이 공부하며 알게 된 얕은 지식이다.


그렇다면 물의 요정은 어떨까?


그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이 곡을 만든 '안톤 슈몰'은 꽤 서정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작곡가라는 건 알았다.

그 시대 프랑스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는 점.

그렇게 유명하게 알려진 작곡가는 아니지만, 살롱에서 리듬을 타며 연주를 했을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이 곡을 연주하면 할수록, 마음이 조금씩 벅차고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바라던 꿈과 목표, 그리고 계획했던 것들이 틀어져 실망했던 날.

누군가와 다툼 끝에 상처받은 마음.

그리고 몸으로 오는 고통과 정신적으로 지쳐 기댈 곳이 없던 순간들.


장면이 영화처럼 스치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추운 바람을 맞으며 눈시울을 붉히며,

이 곡을 연주한 유튜브 영상을 보며 나를 향한 연민에 빠졌다.


내가 아니면 누가 나를 그렇게 봐줄 수 있을까.


가끔은 나 자신을 향한 연민을 돌이켜보면 좋은 거 같다.

난 그때 이후로 이 곡을 아주 씩씩하게 연주한다.


테크닉을 연습해 보려 노력하고, 더 빠르게, 더 리듬감 있게.

최대한 머릿속에서 수채화 물감이 물에 '톡' 떨어져 퍼지는 상상을 하며.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콩쿠르용으로 연주한다는 이 곡을,

어린 친구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그러니 더 이상 울컥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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